김중수 한은 총재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
이번 결정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올 하반기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간 '금리 동결'을 고집해온 김중수 한은 총재의 변심을 두고 한은의 독립성 훼손, 시장 신뢰 하락 등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 기준금리 전격 인하…정부와 발 맞췄다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한 가장 큰 요인은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인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유럽중앙은행(ECB)과 인도, 호주 등 23개국이 금리를 내렸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의 엔저(円低) 공습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엔저 대책을 위해 금리정책을 취하진 않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정부와의 정책공조다.
김 총재는 "추경이라는 정부정책의 변화가 이뤄졌다"며 "정부와 국회가 함께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중앙은행이 이에 동참하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과 금리인하로 인해 내년에는 4%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당초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추정치는 3.8%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늦게나마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추경과 이번 결정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들은 재원 조달이나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면 투자여력도 늘어난다. 시중은행들은 다음주부터 대출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 체면 구긴 한은…"시장에 불확실성만 줬다"
금통위는 이날 "지난달의 경기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금리를 내렸다. 물론 추경 등의 변수는 있으나 한 달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이번 결정이 경기부양 심리는 자극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기회복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금리인하로 경제성장률이 오를 것을 예상했으면 왜 진작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한은이 피력하던 의지(동결)와 결과가 상충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한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예측가능한 시그널로 소통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임승태(은행연합회 추천) 위원을 제외한 외부 추천 인사들이 인하를 택해 3대 3이 나온 상황에서, 김 총재의 캐스팅 보트로 금리는 동결됐다.
김 총재는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상당히 큰 것"이라며 "미국, 일본처럼 한국이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라는 것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김 총재는 6일 만에 마음을 바꾼 셈이 됐다.
이번에 김 총재는 소수의견을 낸 사람이 자신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달처럼 임 위원이 동결을 고수하고, 박원식 부총재(당연직)와 문우식 위원(한은 추천)이 인하로 입장을 바꾸면서 김 총재가 다수의견을 좇았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금리인하로 금통위의 지난달 결정에 대한 명분은 약해졌다. 일관성 없는 통화정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금통위원들에게 끌려간 것이라면 김 총재의 리더십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도 된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풍에 금통위가 휩쓸렸으므로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