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열정과 순수함을 지켜줄 나라사랑교육

의정부보훈지청 보훈과 이동진

2002년 6월 13일 파주시에서 미군의 장갑차가 여중생 신효순, 심미선 양을 깔고 지나가 그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듯 사고 당일 미8군사령관은 유감의 뜻을 표하고 14일 미2사단 참모장 등이 분향소를 방문해 문상을 하였으며 유가족에게 100만원씩의 위로금을 전달하는 등 발 빠르게 수습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사고의 진상 규명에는 소극적으로 나왔다.

미군의 태도에 실망한 많은 군중들이 대규모 촛불집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나도 있었다. 화가 났었다.

군중들이 그리고 내가 바란 것은 법에 의한 정당한 심판이 이루어지는 것과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꽤나 열정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성격이 변해가고 있었다. 집회의 한 쪽에서 미군은 물러가라는 피켓이 등장하더니 그러한 반미 분위기는 집회에 모인 사람들 전체에게로 급속히 파급되어 갔다.

마치 미군이라는 악마가 한반도의 남쪽을 지배하고 있는 양 사람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반미를 떠들어댔고 그 순간 나는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이후 이어진 여러 번의 집회는 그야말로 반미 일색이었다.

우리의 딸들인 여중생 두 명의 목숨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며 그들의 죽음은 눈물이 날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미군의 초반 대응에는 분명 불합리한 면이 많았다.

그런데 미군이 물러가라니...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 한 미군을 상대로 집회를 가지고 있던 우리가 그들보다 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한 쪽에서는 한미동맹이 굴욕외교라고 떠들며 자주국방이란 명목으로 미군의 철수를 외친다. 군사적 도움을 축으로 한 한미동맹은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는 전쟁 억지력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 외국자본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한반도 유사시 많은 미군이 우리나라에 증원 파견되므로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가예산을 경제와 복지 분야에 집중투자 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우리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군복무를 마친 후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효율적인 인력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자라나는 세대가 현재의 안보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앞으로의 상황에 제대로 대응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고 필연인 양 호도하고 나서는 것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모든 상황을 흡수하는 청소년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나라사랑교육이 절실한 이유이다.

국가보훈처에서는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하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나라사랑교육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를 지원할 나라사랑교육지원법이 계류중에 있으며 법안 통과 시 나라사랑교육은 더욱더 다양하고 내실 있는 교육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젊었던 그 날 집회에서의 순수함과 열정은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함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많은 군중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현실과의 혼동만큼은 피해야 한다. 자칫 그 날의 순수함마저도 퇴색되어서는 안 되니까. 그리고 제대로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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