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공익과 사익의 우선 순위를 따지는 문제다. ‘공익이 우선이냐, 사익이 우선이냐’ 하는 것은 닭과 달걀의 선순위를 따지는 것 만큼 어려운 문제다. 지역 내 혐오시설 유치를 둘러싼 다툼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와 인천시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시는 악취와 환경 오염 등의 문제로 오는 2017년부터 쓰레기 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대체부지 미확보 등을 이유로 사용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인천 서구 백석동에 있는 20.75㎢ 규모의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주민 2400만명이 버리는 쓰레기를 수용하고 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쓰레기매립지 등 이른바 ‘님비현상’(지역 이기주의)을 부추기는 혐오시설은 집값 하락 요인 1순위로 꼽힌다. 조성단계에서부터 해당 자치구·건설사와 입주자 간 마찰이 빚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정 싸움으로 번진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우 소각 잔재 매립장 건립 문제를 놓고 지역 주민들과 법정공방을 벌였다. 결국 2010년 대법원이 남양주시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이유로 여전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 입주민들도 지난해 건설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대형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쓰레기매립장 등 유해시설만 남아 집값에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분양금의 10~15%를 반환할 것을 요구했으나 지난 2월 패소했다. 최고 297대 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자랑하던 청라지구의 이면이다.
쓰레기매립지는 기존 주택 가격 하락뿐 아니라 신규 분양까지 어렵게 한다. 2001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후 5년 전부터 대거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 인천 검단지구에서는 수도권매립지와 가까운 오류지구만 여전히 미분양이 남아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수도권매립지의 쓰레기 매립량이 계속 늘고 있어 오류지구의 환경오염 문제도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렇다면 쓰레기 매립지와 집값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파마군청은 쓰레기매립장 유무에 따라 집값이 최대 10%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집 크기 등 다른 요인은 모두 같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쓰레기 매립지뿐 아니라 요양원을 혐오시설로 여겨 설립 반대운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B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요양원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시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지나 요양원 등은 없어서는 안될 공적 기능이 매우 큰 시설물이다. 없으면 발생할 문제 또한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환경부와 인천 매립지 주민들 갈등으로 쓰레기 반입이 한 차례 중단된 적이 있었다. 당시 생활쓰레기 소각장 시설이 없는 시흥·평택시와 서울 관악·금천·은평구 등은 처리비용 문제로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 등 부동산이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집값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지가 예전만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2011년 12월 인천 서구 당하지구에 분양한 ‘검단 힐스테이트’는 현재 계약률이 50%에 불과한데, 수도권매립지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인근 믿음공인 관계자는 “쓰레기 매립지의 영향이 있었다면 검단지구 전용 105㎡짜리 아파트값이 3억4000만원까지 올랐겠냐”며 “청라지구처럼 아주 근접한 곳이 아닌 이상 오래 전부터 있었던 매립지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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