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공공기관장들 대다수가 MB맨이라는 점에서 빠져나간 자리에 친박맨들이 새로 채워질 지 관심거리다.
관가 안팎에서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매 정권마다 되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박계 인사로 새로운 판이 짜여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청와대를 위시한 정부당국이 윤창중 사건을 계기로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굳이 낙하산식 인사 관행를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19일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대통령 측근의 인사들을 공기업 수장으로 포진하는 것은 이미 관행적인 일”이라며 “공기업 가운데 신임 산은금융지주회장으로 임명된 홍기택 회장의 경우 이미 친박인사”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동기이자,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창립 맴버다. 그는 과거 금산 분리 반대를 주장하는 등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산은금융지주회장에 임명되면서 ‘친박 낙하산’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남은 빈 자리들도 친박맨들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산하에 가장 많은 공기업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도 벌써부터 각종 친박계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도 임기를 약 1년 3개월 남긴 시점에서 중도하차했다. 그는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지냈고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MB 정부의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14일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16일 이사장 공모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미 친박계 사장이 내정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공공기관 내부에서는 이러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천문학적인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최소 6개월간은 새 사장 임명건으로 업무가 마비상태에 이른다”며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사장은 업무 권한이 그 만큼 축소되고, 새로 취임할 사장도 업무파악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나갈사람으로 예견된 사장으로서는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 대부분이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급적이면 눈에 띄는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4월부터 진행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준비까지 더해져 공기관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영평가 결과는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기관장들을 퇴출시키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B출신 한 인사는 “대부분 공기업의 경우 폐쇄적인 기업 문화로 경직돼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러한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낙하산 출신의 외부 인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성추행 의혹 파문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윤창중 전 청화대 대변인 사건으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나 외부 출신 인사 영입 등에 부담이 작용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재 금융 공기업 중에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이 물러났으며,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에선 이지송 LH사장과 김건호 수자원공사사장이 이미 물러났거나 물러나기로 한 상태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가운데서는 MB맨으로 분류되는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이 각각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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