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우주과학의 중심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는 난해한 수학문제나 복잡한 물리문제를 취미삼아 푸는 학생들이 많다. 우크라이나 출신 과학자들이 우주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1957년 구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림으로써 우주시대의 막을 열었는데, 우주발사체는 바로 우크라이나에서 설계·제작된 것이었다. 1991년 독립 이후 우수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과 해커들을 배출함으로써 기초과학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처럼 탄탄한 기초과학기술, 특히 레이저·광학·전기용접·재료화학·소재산업 등에서 강점이 있고 원천기술이 풍부하나 이를 상용화하는 능력은 비교적 낙후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가공·응용 기술과 상용화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우리 속담처럼 우크라이나의 기초과학기술과 우리의 상용화 능력을 접목하면 양국 모두에 상생하는 이상적인 과학협력의 모델이 될 것이다.
우선, 우주과학 분야에서의 포괄적인 협력이다. 세계적 수준의 우주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우크라이나는 '아리랑 5호' 등 통신위성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여타 우주 선진국과는 달리 우주발사체 핵심기술 공유에도 적극적이며, 우리의 우수한 디지털 기술 습득에도 관심이 높다. 이제는 우주발사체 개발과정에서와 같이 단편적으로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을 넘어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날로 확대되는 우주산업에 우크라이나와 함께 진출할 수 있는 포괄적인 협력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ICT 분야에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는 상생하는 협력이다. 우크라이나는 소프트웨어 개발, IT 서비스, 고객 맞춤형 솔루션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우리 ICT기업이 우크라이나의 탄탄한 기초과학기술과 풍부한 IT인력을 활용하여 첨단 R&D센터를 운용하면서 난이도가 높은 ICT를 개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고급 연구인력의 고용 창출과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라는 실익을 거두고 있다.
셋째, 방산기술 분야에서의 다각적인 협력이다. 우크라이나는 항공우주, 로켓·레이더, 장갑장비, 가스터빈엔진 등에서 우수한 방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으로 세계 4위의 무기수출국이기도 하다. 최근 열악한 방산환경의 극복을 위해 방산기술의 해외 이전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방산기술을 활용하여 군수분야는 물론 민간분야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도 병행되고 있다. 우선 2011년 우주공동위 설립 약정에 따라 금년 중 1차 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방산군수협력은 이미 세 차례의 공동위를 거쳐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ICT 분야에서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ICT 인재 양성에 여러 모로 기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우수한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낙후된 아날로그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원천과학기술은 물론 첨단 ICT 분야에서 선진국들의 우리에 대한 견제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신정부가 선진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첨단 과학기술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진국 중심의 협력을 넘어 우크라이나와 같이 풍부한 원천과학기술을 보유한 개도국들과도 협력채널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조경제의 구현에 있어 상생하는 과학외교의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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