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동반자, 소비침체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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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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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강규혁·홍성환·한지연 기자= # 서울 강남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최근 고민이 커졌다. 성수기인 지난 3월에 환자수가 급감하더니 지난달엔 평소의 절반도 손님이 찾지 않았다. 이달엔 주기적인 예방접종 환자를 제외하곤 내원객이 크게 줄었다.
영양제처럼 보험단가가 높거나 비급여 품목 환자 수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는 예년의 60%에도 미치지 못해 최근 간호사도 한 명 줄였다.

# 서울 강북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N사장은 국내산 돼지고기를 칠레산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1인분에 1만2000원이던 가격을 8000원으로 낮췄다.
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해 손님이 줄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전보다 50%나 늘었다. 오히려 가격을 내린 것이 대박을 낼 수 있는 비결이 된 셈이다.

불황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고, 기피하던 외국산 돼지고기도 마다하지 않고 먹고 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소비심리가 짙게 퍼져가고 있다.

◆ 비싼 제품은 ‘NO’

소비침체 현상은 유통업계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 매출은 계절 초반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4월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3월 10% 가깝게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일찍 찾아온 추위로 백화점 매출이 9%가량 늘었지만, 이후 12월 매출신장률(-0.2%)이 꺾이더니, 이듬해 1월에는 8.2%나 하락했다.

명동·강남 등 주요 시내에 위치한 백화점들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도권 이외 일부 점포의 경우 마이너스 폭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최지현(32) 씨는 “주말에도 특설행사장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구경만 할 뿐 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불황 무풍지대’로 불리던 백화점 수입화장품 매출 역시 고전하고 있다.

최근 AK플라자 분당점 수입화장품 브랜드들의 매출은 전년대비 9.3%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의 수입 화장품 매출 신장률 역시 2011년 14.8%에서 지난해 3.4%로 급감했고, 올 4월 매출은 2.1% 역신장 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매출도 지난해보다 2.7% 감소했다.

백화점 수입화장품 매장에서 3년째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는 권효지(28)씨는 “하루에 수 십 만원 씩 구매해가던 단골 고객들도 최근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요즘은 구매상담보다 안부전화 돌리는 시간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불황은 유흥 문화의 변화도 불러왔다. 기업들이 2·3차의 회식문화를 자제하는 등 유흥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위스키를 꺼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위스키 시장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크게 위축되며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위스키 출고량은 45만934상자로 전년 동기(50만6449상자) 대비 11.0% 줄어들었다.

◆‘1000원’ ‘1+1’ 마케팅 히트

소비침체는 중저가 시장의 활황을 불러오고 있다. 싸기만 하면 된다는 심리가 소비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사치’는 사라지고 실속형 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1000원숍’인 다이소는 경기불황으로 ‘대박’을 친 브랜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장도 해마다 100개 가깝게 늘려가고 있다.

다이소 매장 한 관계자는 “상품이 다양하고 중저가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팔리는 상품만 팔린다는 ‘불황형 완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중저가 브랜드라는 것이다.

중저가 브랜드 미샤의 보라색병 에센스(나이트 리페어 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 토니모리의 CC크림, 에뛰드 하우스의 베이비슈 베이스, 아이오페 에어쿠션 등은 모두 단기간에 수십만개 판매를 돌파한 각 브랜드숍 대표 제품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짠돌이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1+1’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치킨업계에서 ‘두마리’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고, 버거킹과 롯데리아도 최근 ‘1+1’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지표가 불황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소비자들의 짠돌이 행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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