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독이 든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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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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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분리 1년 2개월… "중앙회 입김 여전"<br/>금융 발전에 걸림돌… "조직체계 개선 절실"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농협이 제왕적인 지배구조 탓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한 것을 비롯해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배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차기 회장으로 누가 오더라도 잡음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이 지난 15일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농협금융 안착을 위한 최대 현안으로 농협중앙회 개혁이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지주회사법을 보면 금융지주가 자율적으로 이사회에서 회장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농협법에 따라 금융지주에 대한 평가는 중앙회에서 담당한다. 농협법에는 중앙회가 농협금융과 자회사 등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열상으로 신 회장은 최 회장과 경제지주 대표 아래에 있어 '상전'을 모시는 회장이었던 셈이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중앙회와의 갈등이 곪아터진 것일 뿐 신경분리 당시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며 "법 개정이 되지 않는 이상 차기 회장에 누가 오든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충식 농협은행장도 지주회장을 겸임하다가 3개월 만에 물러났었다.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신 회장 역시 1년을 못 채웠다. 신 회장이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갖은 시도를 했지만 중앙회의 간섭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농협금융 및 자회사에 대한 재정은 물론 인사까지 일일이 관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의 차기 회장 자리의 매력도는 떨어진 상태다. 중앙회의 그림자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자조감이 짙다. 낮은 연봉 역시 반감 요소다. 농협금융회장 연봉은 4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 우리, 하나, KB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기본급과 주식보상 및 단기 성과급 포함)은 5억원을 웃돌았다. 반면 농협금융의 경우 신 회장 등 등기임원 3명은 1인 평균 연봉이 9900만원으로 별도 성과급이나 보상 등은 없었다.

차기 회장과 관련,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구체적인 일정은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 안건으로 회추위 건이 상정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정) 안 되더라도 언제 논의할 것인지 등의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 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중순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금융권 4대 천왕' 물갈이의 판이 커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의 사퇴를 빌미로 잘못된 지배구조를 노출시킨 뒤 최 회장의 책임론을 키운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으로, 불명예 퇴진 공식인 '금융당국의 징계'와 '전 정권 인물 사퇴' 두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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