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민들레에게 뙤약볕은 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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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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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장기영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잊을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갑’의 횡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갑을’의 쳇바퀴는 여전히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상하 수직관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갑 위에 또 다른 갑이, 을 밑에는 또 다른 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금융권에서도 포스코 왕상무와 승무원,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관계와 같은 갑을문화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부당한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소비자가 갑을 피라미드의 최하층부에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내년까지 민원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영업에서 은행의 부당한 요구에도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는 을로 전락한다.

은행이 어느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매출 실적이 달라지다 보니 보험사 방카슈랑스 영업사원들 사이에선 은행을 상대로 한 접대문화가 일상화돼 있다.

은행과 보험사 위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라는 또 다른 갑이 버티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정책에 따라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금융사들은 소위 ‘까라면 까라’식 복종에 길들여져 있다.

갑과 을의 잣대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보니 어떻게 말하고, 듣느냐에 따라 횡포에 대한 정의도 달라진다.

봄볕에 피어난 민들레에게 뙤약볕이 횡포라면, 거리마다 바스라진 낙엽에게 새하얀 눈발은 횡포다.

그러나 우리는 봄꽃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 여름이나, 겨울을 재촉하는 시간의 순리에 갑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들 사이에는 영리를 취하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독단과 억압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이 같은 자연의 횡포를 교훈 삼아 잘못된 갑을문화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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