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문은 물론 엔진과 해양플랜트 부문까지 모두 넘기는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은행 빚만 100억 위안(1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일각에서는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1일 중국 다롄시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CSSC는 STX다롄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조선 부문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현재 엔진과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다롄시 정부 관계자는 "CSSC 측에서 최근 STX다롄의 엔진과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다"며 "실사가 끝나는대로 경영권 이양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STX그룹은 STX다롄을 설립하면서 총투자금 28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14억 달러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렸다. 이후 추가 대출 등을 받아 현재 금융권 차입금은 우리 돈으로 1조8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글로벌 조선산업 불황으로 STX다롄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차입금 상환은 더욱 어려워졌다. CSSC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다롄시 정부가 조선 부문과 함께 엔진과 해양플랜트 부문까지 넘기는 조건을 제시하자 CSSC도 태도를 바꿨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엔진과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영권 이양에 반대했지만 현지 정부와 금융권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CSSC는 STX다롄의 엔진과 해양플랜트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수주량 측면에서 국내 조선산업을 위협하고 있지만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엔진, 해양플랜트 부문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 STX다롄을 인수할 경우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CSSC 측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STX다롄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국내 조선사와 중국 업체들 간의 기술력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TX가 국내 빅3 조선업체와 비교하면 기술력이 뒤지지만 중국 업체들보다는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엔진이나 해양플랜트 등 핵심 기술이 유출될 경우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TX 측은 "우리와 중국 업체들 모두 독일의 엔진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며 "해양플랜트도 기술 유출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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