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지역이 도심내 초역세권인데다 임대료도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나 학교로 출퇴근이 편리한 만큼 주요 수요층인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은 행복주택으로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간 임대사업자나 중·상류층이 밀집해 있는 강남지역과 목동에서는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복주택, '로또' 단지 되나
반면 행복주택은 도심 한가운데 교통 요지에 들어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7개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모두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다. 철도부지나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한 만큼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다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도 편리하다. 행복주택이 로또 임대아파트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대료도 상당히 낮아질 전망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책정하는 임대료 기준은 영구임대와 매입·전세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의 70% 이하, 국민임대는 55~83%, 장기전세 80%, 10년 임대 90% 수준이다.
반면 행복주택은 주변 시세의 50~60%로 예상된다. 당초 30~40%선보다는 위로 끌어올린 가격이다. 더구나 국토부는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행복주택 공급 물량의 80%를 신혼부부·사회초년생·대학생·철도노무자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60%)과 주거 취약계층(20%)에 특별공급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층에 반값 분양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면, 박근혜정부는 서민층에 반값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에 영구임대, 30년 국민임대 등이 들어서면 '로또' 임대아파트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행복주택에 웃고 우는 사람들
행복주택은 지역에 따라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려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시범지구 7곳 중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울 오류동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등은 주거환경 개선과 거주 인구 증가로 상권은 물론 일대 부동산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송파와 잠실, 목동 등 대부분 지역은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매수세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류동은 한껏 들뜬 분위기다. 수요가 증가해 매매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구로구 오류동 베스트공인 관계자는 "1500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이 친환경 복합단지로 꾸며지면 일대 지역의 주거 여건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며 "그동안의 낙후 이미지를 벗어나 일대 아파트값도 오름세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잔지구도 마찬가지다. 고잔동 굿모닝공인 관계자는 "행복주택은 장기적으로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전세 수요자들에게는 저렴한 집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인구 유입으로 고잔동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목동과 잠실 등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 중개업소들은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놓았던 4∙1 부동산 대책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행복주택 도입을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군이 좋은 목동에서는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면 교육 여건과 생활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목동 한 공인중개사는 "행복주택이 목동으로 진입을 원하던 저소득층 수요자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저소득층이 유입되면 교육 여건과 생활 수준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이 반기는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목동지구 인근 주상복합에 거주하는 한 주민도 "중상류층이 밀집한 이곳에 임대주택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같은 학교를 다닌다면 '왕따' 등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민간 임대사업자들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일부 지역에선 최근 꿈틀대건 매수 심리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잠실동 삼원공인 관계자는 "학군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빌라를 가계약했던 사람이 행복주택 시범지구가 발표되자 정식 계약을 미루자고 했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가좌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치솟는 전셋값에 매매 전환으로 고려했던 전세입자들이 매매를 뒷전으로 하고 행복주택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볼멘소리는 송파지구에서도 들렸다. 가락동 대신공인 최낙서 사장은 "송파지구 인근 가락시영아파트를 소유한 집주인들은 행복주택 조성을 꺼리고 있다"며 "재건축 후 운동시설이 들어선 송파유수지를 활용하려던 생각이 무산된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행복주택은 최근 살아난 매매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행복주택의 건립 시기와 규모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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