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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의해위원회 홍보사업팀 정윤주 대리 |
길고 긴 겨울의 끝에 찾아온 짧은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서늘한 바람이 다시 한 번 한국 사회를 휘몰았다. 소위 기내 라면 사건으로 요약되는 국적항공사 승무원 폭행 사건을 필두로, 중소기업인의 호텔 지배인 폭행, 대리점주에 대한 모 기업의 언어폭력 사건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퍼지면서 피의자로 알려진 이들이 사표를 내고 회사 문을 닫아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일어난 일들의 피해자 3명 중 2명은 관광업계 종사자이다. 그것도 서비스 그 자체가 핵심 상품이자 브랜드 가치로 연결되는 항공사와 호텔인 것이다. 이 두 사건의 피의자가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 서비스 제공자의 피해 사실이 세간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즉,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이들이 겪은 이와 같은 일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란 얘기다. 항간에는 기내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고객의 신상정보가 유출된 것을 두고 해당 기업의 보안 관리를 지적하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니까 평소에 일어나는 일들은 고객정보 관리 차원의 논리로 유야무야 넘어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질의 관광 전문인력 양성과 전문인력 고용에 대한 엄격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관광업계 내외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특히 관광객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 관광가이드 혹은 관광통역안내사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논리이다.
한국을 찾는 외래객이 만나게 되는 대다수의 한국인은 바로 관광업계의 감정노동자들이다. 감정노동자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외래객도 완전한 만족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본인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광객이 만족할 수 있을까?
일부 비상식적인 고객도 미소로 응대해야 하는 육체적·감정적 노동자인 관광업계 서비스 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나 규정이 개별 관광업체에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법적인 장치가 아니더라도 숙박·교통·음식·안내 등의 관광업계에서 자신들의 감정노동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말이다.
그간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녀, ○○남의 추태에 대한 사회 고발은 있었지만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일단락지어 졌으나, 지금은 그 문제의 개인과 해당 기업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내부 고객, 즉 직원 관리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고,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 했다. 사회적으로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바로 그 적기이다. 우리의 감정노동자들이 소속사, 소속기관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외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려 애쓰는 만큼 내부 고객의 만족도 증진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조만간 여름의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뜨끈해지는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이야기를 듣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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