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시즌, '내부 출신'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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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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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최근 인사철을 맞은 금융권에서 내부 출신들이 차기 수장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아 향후 업무 수행에 있어 별다른 적응기간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선호하는 이유다.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가 내부 출신으로 마무리되면 산은금융을 제외한 전 금융지주사 수장이 내부 출신으로 구성된다.



◆ KB·농협금융 차기 수장, 내부출신 '유력'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금융과 농협금융 모두 CEO 선임을 위해 최종 후보 인선에 착수한 상태다. KB금융은 오는 5일 차기 수장을 내정한다.

현재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최기의 KB카드 사장, 남경우 전 KB선물 사장과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KB금융 내에서도 내부중용론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임 사장과 민 행장 간 ‘2파전’으로 보고 있다.

임 사장은 정통 은행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 2010년 8월부터 KB금융 사장직에 오르며 3년간 지주 경영에 참여해 왔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정부와의 소통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민 행장은 1981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행장직까지 오른 정통 내부출신 인사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후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이란 수식어도 붙는다. 영업력과 업무 추진력 등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농협금융 역시 13명의 후보군에서 최종 후보를 압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여기서도 내부 출신인 정용근·김태영 전 농협신용 대표와 신충식 농협은행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앞서 우리금융은 이순우 우리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 행장 역시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하면서 37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정통 ‘금융맨’이다. 이 행장이 오는 14일 정기 주총에서 공식 선임되면 말단 행원에서 행장을 거쳐 지주사 회장직까지 오른 첫 사례가 된다.

이밖에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을 역임하고 신한생명 부회장을 지낸 후 지주사 회장에 올랐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 역시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 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을 거쳐 지주사 회장이 됐다.

만약 민 행장이 KB금융의 차기 회장이 될 경우 산은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순수한 행원 출신 회장들로 구성된다.

◆ 내부 출신 선호, 전문성·업무연속성 등이 작용

내부 출신이 이처럼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 전문성에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외부 인사가 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룹 사정에 밝은 내부 출신이 CEO가 되면 조직 장악력이나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지 않아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위기상황 돌파 능력도 외부 인사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민영화란 거대한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우리금융의 경우, 회장 인선 초기부터 민영화 추진 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무리없이 봉합하는 데 내부 출신이 적합하다는 인식이 전제가 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부 인사들이 CEO로 오게 되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고 줄서기에만 바빠 현실적인 경영을 하지 못한다"면서 "경영에 있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없애고 금융산업에 역동성과 활력을 가져오려면 내부 출신 인사가 등용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만 농협금융은 지배구조상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의미가 일반 금융지주사들과 다르다.

농협중앙회 산하에 금융지주사가 존재하고 있는 '옥상옥'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CEO가 돼야만 중앙회와 소통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신동규 회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제갈공명이 와도 못할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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