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회담 제의> 미국·중국 회담 앞두고 발 동동…제재국면 돌파 시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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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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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귀머거리 대화'만 주고 받던 남북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사태 발생 65일 만에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북한이 6일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포함한 남북간 현안을 모두 담은 포괄적 회담을 제의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겉으로는 북한의 제의를 우리가 수용하는 모양새지만 정부가 개성공단 제품 반출문제 논의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해둔 만큼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최근까지 강경한 대남기조를 유지해온 점에 비춰볼 때 전격적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이달 하순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치 및 외교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평가가 나온다.

◆협상에 포석둔 北…朴 정부도 부담 덜어

우선 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는 이명박 정부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풀어보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된 후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를 계속 외면하면서 지난달 25일에는 국방위원회가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거론하며 비난 수위를 높여 왔다.

그러나 이번 대화 제의에서 북한은 단순히 개성공단 정상화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의 주요 현안을 대화 의제로 내세웠다.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나서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에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남북관계 복원 측면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합의된 7·4 공동성명 발표를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제안해 박근혜 정부를 배려하는 모양새까지 보였다.

당장 오는 27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길이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북한 문제는 남북간 대화 수준이 어느 단계에 있든 한·중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꼽혀 왔으며,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한·중 양 정상간의 구체적이고도 실질적 협의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北,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中에 힘 실어주기

강경 일변도의 북한이 7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간의 태도를 바꿔 회담을 제의하며 전향적으로 나온 것은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이용해 지금의 제재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보인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7∼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북한이 중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남북대화를 제의함으로써 시간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회담에서 북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미국과 협의를 거쳐 6자회담의 복원을 시도할 공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데에 주도권을 쥐면서 중국 측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난 극복에 어려움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올해 협동농장과 공장, 기업소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추진해 왔다.

아울러 원산을 세계적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 속에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독려, 지난달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는 등 경제특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한과 중국 등 국제사회와 협조하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정책은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북한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경제특구로 꼽히는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은 다른 경제특구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큰 걸림돌이다.

◆최룡해 방중에서 이미 논의돼?

이 같은 북한의 유화적 태도는 최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지난달 22∼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관련국과 대화 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무진 교수는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는 최룡해 특사의 방중 이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행조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최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조선(북한)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은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바꾸고 싶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북한은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한반도 대화국면을 향한 첫 번째 조치로 남한에 손을 내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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