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짓고있는 현대차 직장어린이집 전경. |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워킹맘 김모씨(36)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맞벌이 부부인 김씨는 새벽부터 부산하게 일어나 5살인 딸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과천에 있는 어린이집에 들렸다 회사로 출근하면 어느새 하루를 다 보낸 기분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있긴 하지만 광화문으로 출퇴근을 하는 이유로 김씨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서는지라 늘 아이는 김씨 몫이다.
하루 일과를 보내고 다시 과천으로 가서 아이를 찾고 집까지 갈라치면 회식도 마음대로 참석을 못해 상사의 눈총을 받는 것도 스트레스다.
남들은 사내 어린이집에 맡기면 편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지만 김씨가 다니는 양재동 본사에는 어린이집이 없다.
이렇다보니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씨 같은 워킹맘들은 하루 하루가 남들보다 배는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김씨도 한결 편안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게됐다.
드디어 직장어린이집이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김씨같은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를 위해 양재동 본사와 한 블럭 떨어진 염곡동에 별도로 직장어린이집 건물을 신축,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현대엠코가 공사를 맡았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제철 등 계열사가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걸어서 5분 내외의 거리인만큼 직원들이 출근길에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1040㎡에 달한다.
다음달 중순께 개원을 하는 현대차 직장어린이집은 우선 30~4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재 어린이집 교사도 7명을 뽑아놓은 상태다.
현대차 직장어린이집 내부 모습. |
그동안 현대차는 장소 부족과 보육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미뤄왔다.
현대차그룹의 전통적인 남성적 조직문화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 근로자를 5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이나 SK, LG 등은 다양한 형태로 앞장서서 사내보육시설을 확충하며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이 육아의 부담을 덜고 마음 편히 근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왔다.
중소기업들도 일하는 여성들의 편의를 확대하고 직원들의 가정생활을 챙기는 이른바 여성친화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아직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미비하다.
보건복지부가 올 초 발표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 기아자동차 신하리공장을 비롯해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은 여전히 장소 미확보와 보육 수요 부족등을 이유로 설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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