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년 예산, '사상 최대' 1126조원…커지는 '다카이치표' 재정 불안

  • 닛케이 "재정 건전화 의지 안 보여"

  • 국채의존·금리상승 속 재정 지속성 확보 과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 재정’ 기조가 내년도 예산안 전반에 강하게 반영되면서 일본 언론과 금융시장에서는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편성한 2026회계연도 예산안 규모는 122조3000억엔(약 1126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시된 본격적인 연간 예산인 만큼, 현 정권의 정책 방향과 재정 철학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예산안을 “다카이치 컬러가 전면에 드러난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방위력 강화와 첨단 산업 육성을 양대 축으로 삼아 예산이 집중 배분된 점이 특징이다. 방위비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한 경제산업성 관련 예산도 크게 증액됐다. 특히 산업정책 관련 예산은 전년도보다 약 50% 증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예산안 확정 직후 “일본을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예산”이라며 재정 규율과 경제 성장의 양립을 강조했다. 이날 밤 보수 성향 의원들과 잇따라 자리를 함께한 모습도 당내 결속과 정책 추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주요 언론의 논조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재정 건전화 의지가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또한 “지속가능성은 시장의 신뢰 여부에 달려 있다”며 “배려가 겉치레로 비춰지면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 이자 지급 비용이 불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여당 내부에서도 적극 재정 노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일본의 취약한 재정 구조가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이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저와 금리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물가 압력이 커지고, 국채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채 원리금 상환에 쓰이는 국채비는 사상 처음으로 30조엔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가정한 장기 국채 금리도 전년보다 상향 조정됐다. 국채 의존도가 높은 일본 재정 구조에서 금리 상승은 곧바로 예산 운용의 제약으로 이어진다.

외교·안보 분야 예산 증가도 눈에 띈다. 외무성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고, 국제 여론전과 방위 협력 관련 지출도 확대됐다. 다카이치 정권이 안보와 대외 대응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예산안은 방위력 강화와 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나 국채 의존과 금리 상승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다카이치 정권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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