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藥神'이 된 中 골수암 환자 영화…의약품 개혁 촉매제

  • 2007년작 영화 '워부스야오선'…사회적 반향 일으켜

  • 암환자에 값싼 복제약 판매로 체포 '루융사건' 모티브

  • 부조리한 의료현실 고발…中 당국도 주목한 영화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 포스터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 포스터.

2002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루융씨가 2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병세가 호전돼 내년부터는 항암제 복용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중국 남방도시보에 실려 화제다. 오랜 시간 암과 싸워온 그의 회복 소식은 치료비 부담에 시달려온 수많은 암 환자들에게도 적잖은 희망을 안겼다. 

루융은 다름 아닌 7년 전인 2018년 중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영화 '워부스야오선(我不是藥神·아부시약신)'의 주인공 청융(쉬징 분)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워부스야오선, 우리나라 말로 옮기면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뜻으로,  중국의 현실적인 의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중국에서는 ‘칸빙난, 칸빙구이(看病難, 看病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병원비와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미로, 중국 서민들이 체감해온 의료 현실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낙후된 의료현실 속에서 골수암 환자인 루융은 과거 비싼 약값을 견디지 못하다가 인도 복제약을 직구해 복용했다. 그는 나중엔 다른 골수암 환자들을 위해 복제약을 구매대행했다. 결국 '가짜약' 판매혐의로 2013년 체포됐지만, 많은 골수암 환자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검찰도 그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이른 바 '루융 사건'이다.

'루융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영화 '워부스야오선'은 중국 의료 현실 문제점을 서민들의 삶에 투영해 생생하게 고발해 전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중국 영화평론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평점 9.0점을 기록했으며,  30억 위안이 넘는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는  원무예(文牧野)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쉬징(徐崢), 왕촨쥔(王傳君), 저우이웨이(周一圍) 등이 열연했다.

‘워부스야오선’ 영화에서 주인공 청융도 루융처럼 손해도 감수하며 원가만 받고 외국계 제약회사의 골수암 치료제 '글리벡'의 인도 복제약을 팔며 골수암 환자들 사이에서 ‘약신(藥神)’으로 불린다. 결국엔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가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글리벡을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약값을 낮추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당시 중국의 한 언론매체는 중국의 민감한 의료개혁 문제를 파고든 영화가 당국의 까다로운 검열 심사를 통과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회적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컸다는 의미다. 이 영화 사실상 중국 의약품 개혁을 앞당긴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중국은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가격을 인하하고, 고가 항암제 등 치료제를 국가 의료보험 목록에 대거 편입하는가하면, 국가 차원에서 제약사와 직접 가격 협상을 벌이는 '국가 의약품 가격 협상'을 제도화하고 수입 신약, 혁신 신약 승인 절차를 단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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