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국내 증시 대형주가 포진한 4대 그룹이 채무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이자보상배율에서 1년 만에 반토막으로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 늘어난 이자비용을 상쇄할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주 주가 또한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그룹에 속한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2012년치 이자보상배율은 전월 말 제출한 기업집단현황 기준 18.53배로 전년 42.65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2011년만 해도 번 돈이 나갈 이자보다 43배 가까이 많았다면 이듬해에는 19배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1년 새 영업이익이 10% 남짓 증가한 데 비해 이자비용은 3배 가까이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4대 그룹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은 2012년 52조4903억원으로 전년 46조3405억원 대비 13.27% 늘었다. 이에 비해 이자비용은 1조865억원에서 2조8327억원으로 160% 이상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이자보상배율이 2012년 말 321.11배로 가장 높았다. 이어 SK그룹 11.12배, 현대자동차그룹 9.74배, LG그룹 4.05배 순이다.
이자비용이 가장 많은 계열사로 삼성그룹에서는 제일모직(삼성그룹 전체 이자비용 대비 38%)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캐피탈 1개사가 전체 이자비용 가운데 6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SK그룹 및 LG그룹은 각각 SK텔레콤(61%), LG전자(26%)가 가장 많은 이자비용을 보였다.
이자보상배율 개선 면에서는 4대 그룹 가운데 LG그룹을 제외하면 모두 악화됐다.
삼성그룹은 5980.04배에서 321.11배로 감소했다. 현대차그룹도 139.95배에서 9.74배로, SK그룹은 39.70배에서 11.12배로 줄었다. 반면 LG그룹은 3.49배에서 4.05배로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부문 정체로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영업이익 개선이 불어나는 이자비용을 못 쫓아갈 경우 지속적인 채무상환능력 약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4대 그룹을 제외한 여타 중견 그룹 가운데에는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에는 빚을 빚으로 갚아야 하는 악순환 탓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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