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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온GC 곳곳의 스프링클러 헤드에 캐디들이 적어놓은 거리표시 숫자들. [미국골프채널]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궁즉통’(窮卽通)이라고 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다.
13일 오후(한국시간) 제113회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메리온GC 이스트코스는 특이한 점이 많다.
깃대 위에 깃발 대신 버드나무 바구니를 달아놓은 것 외에도 코스에 거리표시가 일체 안돼있다. 미국PGA투어 메이저대회를 개최하는 대부분 코스에는 스프링클러 덮개에 그린까지의 거리가 표시돼 있다.
그러나 메리온GC 이스트코스는 그런 것조차 없다. 선수들은 깃발이 없어 그린 주변의 바람을 체크하지 못하는데다, 어프로치샷을 할 때 거리정보를 변변히 얻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캐디들이 머리를 굴렸다. 스프링클러 덮개 위에 흰 색 글씨로 그린 초입까지의 거리를 써놓은 것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나 골프장측은 처음엔 반대했으나 ‘경기 진행’ 문제로 이를 용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린까지의 거리 정보가 없을 경우 선수들이 어프로치샷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요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슬로 플레이로 이어져 전체적인 경기진행에 차질이 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캐디는 “그렇게 거리표시라도 해놓지 않으면 라운드 소요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되물었다.
한편 몇 년 전 국내 한 골프장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캐디가 선수의 티샷 낙하지점의 잔디에 ‘스프레이식 페인트’로 그곳으로부터 그린까지의 거리를 표시해 논란이 됐다. 그 골프장 대표가 이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고, 선수가 백배사죄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다.
메리온GC의 스프링클러에 거리표시를 못하게 할 경우 캐디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거리 표시물을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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