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비젠이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전일 제출한 기업집단현황을 보면 이 회사는 2012년치 매출 564억3400만원 가운데 68.21%에 해당하는 384억9100만원을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를 비롯한 32개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전년 동일 매출 306억3400만원 대비 1년 만에 25.63% 증가한 것이다.
비상장사인 비젠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모회사 SK C&C로부터 매출을 45% 가까이 줄인 대신 SK텔레콤 상대 매출을 1만200% 이상 늘렸다. SK네트웍스로부터 매출 또한 2011년에 전혀 없었다가 이듬해 17억원 이상이 발생했다. SK C&C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상대 매출 역시 1년 새 1만1600% 이상 늘었다.
반면 비젠 지분 99%를 보유한 SK C&C는 2012년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1년 새 6% 이상 감소한 1조원 미만으로 줄였다. SK C&C가 내부거래를 축소한 것은 2009년부터 기업집단현황을 공정위에 제출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애초 비젠은 2001년 7월 캐나다 통신사 텔러스와 SK C&C에서 각각 51%와 49%씩 출자해 만든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투법인으로 출발했다. 텔러스가 작년 5월 1% 지분만 남긴 채 나머지 주식을 SK C&C에 넘기면서 비젠은 SK그룹에 편입됐다. SK C&C와 함께 비젠을 처음 세울 당시 텔러스는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바베이도스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추정되는 텔러스인터내셔널을 만들어 출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젠이 영업수익 대비 60~70%를 차지해 온 SK C&C 비중을 줄이는 대신 여타 계열사를 상대로 한 내부거래를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해마다 실시하던 배당도 2012년 결산 때부터 중단, 이익을 유보하면서 회사를 키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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