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견조한 성장을 위한 거시경제의 리밸런싱 : 도전과제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열린 ‘SED 프리 컨퍼런스’에서 김 총재는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정한 복수 균형 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더불어 경제성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본시장을 개방한 신흥시장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며 “신흥시장국이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본유출 및 환율변동 압력에 대응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이 현실화된다면 경제회복은 지연되고 성장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출구전략이 수반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간 동학(macro-financial dynamics)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는 등 준비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1930~40년대에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부터 벗어난 경험을 선례로 꼽기도 했다.
다만 그는 양적완화정책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어떤 속도로 이루어질지, 이 과정에서 그 영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등에 대해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총재는 “선진경제와 신흥경제간 상호연관성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세계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글로벌 정책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가 간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가 간 상호연계성이 점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외부효과도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간 정책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치러야 할 후생비용이 정책공조가 수반하는 비효율이나 후생비용에 비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정책공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어 “국가간 정책공조 노력이 없다면 세계경제는 앞으로 상당 기간 글로벌 균형보다는 국지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지배적인 행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흥시장국이 성장동력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는 선진국에도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못을 박았다.
이밖에 김 총재는 신용정책 담당 등 중앙은행의 역할변화와 관련해 “돌이켜 보면 초창기에는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가 금융안정이었고 신용정책은 통화정책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시계를 길게 하는 경우 현재의 모습이 중앙은행 본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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