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유층의 비과세 혜택을 대폭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들은 생계형 저축 등 금융소득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복지재원 마련 차원에서 직접적인 세율 인상 없이 세금을 깎아주던 것을 줄여 앞으로 5년간 18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근로자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방식을 바꿀 예정이어서 사실상 중·고소득자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세연구원은 26일 서울 가락동 연구원에서 '과세 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이를 기반으로 관계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취합한 뒤 정부안을 확정해 8월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2015년까지 총 5조7000억원 규모의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해 향후 5년간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세연구원은 이날 근로자 소득공제를 축소하거나 세액공제로 바꾸고 세금혜택이 있는 각종 금융상품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비과세·감면 정비방안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한 해 소득세 감면액이 14조원대로 전체 세금 감면액의 48%에 이르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소득공제를 축소하거나 세액공제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카드비 소득공제와 의료비와 교육비·보험료·기부금 등 특별공제 항목, 다자녀공제나 부녀자공제 등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소득공제 방식은 연간 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산출하지만 세액공제는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산출한 뒤 여기에서 일정액을 깎아주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고소득자 증세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장기저축성 보험이나 조합 예탁금 등 세금을 깎아주는 14개 금융상품의 감면규모가 1년에 1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대폭 없앨 것을 연구원은 제안했다.
또 면세유제도 등 농림어업인과 중소기업에도 세금을 줄여주기보다는 정부 재정지원으로 지원하고, 대기업 대상 비과세·감면제도도 고용과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비과세·감면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이 중 근로자(소득공제)분야의 비중이 전체의 31%로 가장 높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인 농업 및 중소기업이 각각 17.6%와 14.6%를 차지했다.
소득 규모별로는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이 59.4%로 고소득층·대기업(40.6%)보다 많은 비중을 점유하고 있어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세연구원의 김학수 연구위원과 박노욱 성과관리센터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기존 비과세 감면제도가 항구화·기득권화돼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다 조세부담의 형평성에도 어긋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비 기준으로 일몰을 맞은 비과세·감면은 원칙적 폐지, 필요 시 재설계 후 도입, 신설과 기존 제도 확대는 최대한 억제, 세출예산과 연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부유층과 대기업의 비과세·감면혜택 축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율 조정은 없지만 기존의 비과세 혜택이 줄어 '사실상의 부자·대기업 증세'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재계는 물론 세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의 저항이 예상되는 데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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