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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방중기간 중국으로부터 이례적인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최고의 대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인간적 호감에 더해, 중국의 국익추구에 있어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박 대통령에 대한 환대는 27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시점부터 시작됐다. 이날 중국 측에서는 박 대통령을 영접하는 인사로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외교부 서열2위인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 부부장을 내보냈다.
◆영접, 호칭, 만찬, 오찬. 파격 이어져
중국은 또한 박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 오랜 친구)'로 호칭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라오펑유'라는 호칭은 통상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공헌하거나 중국과 오랜 기간 교류한 외국인에게 쓰인다. 중국이 라오펑유로 호칭한 외국인은 지금까지 600여명에 불과하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베트남 호찌민(胡志明), 북한의 김일성 등이 대표적이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도 라오펑유라고 호칭했다.
방문첫날인 27일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열린 만찬은 양측에서 70∼80명이 각각 참석해, 보통 국빈만찬의 두배규모인 총150명 규모로 진행됐다. 만찬장소는 인민대회당 중앙의 가장 크고 화려한 '금색대청'이었다. 만찬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가요 ‘행복을 주는 사람’이 연주됐다. 또 공연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박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가 좋아했던 ‘고향의 봄’ 합창이 진행돼, 중국의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파격적인 대우는 둘째날인 28일에도 이어졌다. 시 주석은 이날 공식 영빈관인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서남쪽에 있는 양원재(養源齋)에서 박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 양원재는 청나라 황제의 행궁(行宮)이었다. 이날 오찬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시25분까지 1시간55분간 진행됐다. 이로써 두 정상이 이틀간 대면한 시간은 약 7시간30분에 달했다. 다음날인 29일 박대통령은 칭화대 방문에도 중국측은 여성으로는 최고 직위에 있는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를 보내 배석케 했다.
◆"이유없는 환대는 없다"
이같은 환대는 중국의 동북아 지역내 국익추구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래 패권경쟁국인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 확대를 저지시켜야 한다는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북상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북한의 생존이 유리하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의 한반도 간섭을 강화시킬 수 있다. 실제 북한의 도발후 진행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중국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의 핵도미노까지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생존시키되, 핵무장은 막아야 하는 난제에 봉착해 있는 것. 북핵 문제에 있어 강경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화에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과의 관계강화가 필요한 것.
또한 중국은 일본과 심각한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겪고 있다. 분쟁격화는 양국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에 출구전략 모색이 시급하지만, 양국 국민의 감정이 거세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나서서 분쟁의 중재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무난하게 해결해내어 동북아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역내 패권국가로 등장하기를 꿈꾸고 있다. 결국 중국은 우리나라가 중국의 입장에 동조해, 미국은 물론 일본에게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 외교가 한 관계자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이유없는 환대란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과 일본에 대응해 역내에서 자국과 협력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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