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철강과 기계 등 주력 제조업의 일감이 줄어 생산도 줄어든 데다가 석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 또한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단기간의 수출 감소를 넘어 제조업 공동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 또는 하락이 수출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발생 시점에서 최소 3개월 또는 6개월이 지난 뒤부터다. 이럴 경우 지난해 10월께 급락한 엔화가치의 영향은 당초 올해 초부터 나타나야 했으나, 당시에는 거래처 변경이나 수출가격 하락 등의 피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진행된 2분기(4~6월) 기간 중 수주활동에서부터 엔저의 피해가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체결할 때 통상적으로 기준환율을 정하게 되는데, 이때는 현 시세가 아닌 향후 3개월여 평균 전망치를 산정해 양사간 합의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면서 "엔저가 봄에 이어 여름 시즌까지 이어지면서 기존 바이어들이 수출가격 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신규수주 계약에서는 아예 일본 업체들에 비해 더 낮은 가격이 아니면 제안서 자체를 접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2분기부터 수출단가를 인하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산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이 달러 표시 수출단가를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다"며 "일본 달러 표시 수출단가는 엔저 시작 이후 5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로 1.6%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4월과 5월에는 8% 이상 단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과 일본의 상대적 수출단가와 수출금액 비중의 시차 상관계수를 분석해보면 수출단가가 변화한 뒤 5개월 이후에 수출금액에 대한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본 수출단가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엔저의 영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
철강제품의 올 상반기 수출은 주력산업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11.9%)을 기록했으며, 그나마 4월까지 약하게나마 상승세를 지탱해 왔던 일반기계 수출(조선 제외)도 1.7% 감소했다. 특히 기계업종은 올 들어 내수와 수출 수주량이 모두 감소하면서 생산과 출하량까지 줄어들었다. 석유화학 수출도 상반기까지는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일본 업체들의 공격이 시작되는 하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자와 자동차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철강과 기계, 석유화학 등 국내에 생산기반을 마련한 업종의 수출 부진이 현실화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더불어 이들 업체가 소재한 지역경제의 위축, 더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수출 증대를 위한 기업 지원정책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