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이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 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면 아마 우리의 두뇌는 포화상태가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 할 것이다.
이렇듯 망각은 신이 주신 인간의 특권이라지만 잊을 것이 있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는 퍼붓는 빗속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 날을 보냈던가!
2012년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고,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산사태가 나고, 춘천에서는 13명의 소중한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에는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가 25명이 발생한 가운데 우리는 가슴 졸이며 이것이 인재요소가 많은 수마(水魔)였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피해주민들에게는 평생 잊혀 질 수 없는 아픈 상처가 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새 일반인들에게는 관심 밖의 얘기로 생각될 수 있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아픈 추억을 되새기며 풍수해의 무서움을 깨닫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때이른 무더위로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비를 마냥 고마워만 할 것은 아니다.
이달 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금년 여름철 기상전망에서도 올해는 대류 불안정으로 지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1~2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수재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쑥 찾아온다.
우리는 이따금 당하는 수재를 어쩔 수 없는 보험료 정도로 치부하며 등한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재와 결합해 인명과 재산손실을 증폭시킨다. 지난해 보았듯이 수해위험에서 안전한 곳은 없기에 우리는 풍수해 대비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인천시는 올 여름 풍수해를 대비하여 풍수해 방재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선제적 상황관리 체계구축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근무를 4단계에서 5단계로 강화하고 취약시간대인 주말 및 연휴기간 중 사전 비상근무 예고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풍수해를 대비해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시.군.구 자체점검을 실시했으며 인명피해가 우려되거나 침수이력이 있는 취약지역 992개소에 대해서는 시.군.구 직원을 대상으로 한 1:1 책임담당제를 운영해 사전예찰, 피해조사, 복구지원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상습 침수지역에는 양수기 등 수방장비를 상시 가동할 수 있도록 관할 읍면동 공무원에게 장비 사용법 교육과 함께 장비 점검.정비를 실시해 유사시 신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또한, 민.관.군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SNS, 모바일 등을 통한 신속한 재난상황 전파로 시민 안전 확보와 함께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 예방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난대처방안일 것이다. 평상시 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대응수칙을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피해저감 방법이다.
'재난'이란 발생 시 즉각적인 수습과 및 복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것은 사전 예방 조치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잦아지는 물 폭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제 우리는 예년의 경우를 거울삼아 미리미리 대비하는 자세로 재난방지 시스템을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천재지변은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게 우리의 본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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