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남북 당국이 이같은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데 대해 “일단 논의의 장이 열려 있다고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발전적인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자 간에 초보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는) 애초부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것을 수습, 해결하기 위한 협상 차원에서는 비교적 진전됐다”고 이번 회담의 결과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당국간 공동의 합의문이 나왔다”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남북관계와 관련, ‘원칙·상식·국제기준’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고, 북한도 반응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일관되게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북측에 요구했다.
북한의 진정성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행동으로만 입증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론이 적용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개성공단 실무회담 ‘3원칙’으로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회담을 진행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박 대통령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회담이 진행되는 주말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내내 회담을 지켜보며 수시로 회담 상황을 보고받았다.
별도의 관련 대책 회의는 열지 않았고, 홍용표 대통령 통일비서관이 24시간 대기하며 수시로 현장 상황을 전달받아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을 통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김 실장에게 전화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대화에 응한 것은 순리”라며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당국실무회담을 ‘순리’라고 강조한 대목은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남북협력 방안이 보장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원칙론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이런 대북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한미, 미중, 한중 정상 간 대화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처럼 정부가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 첫 결실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 주도권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인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이 나온 지 하루 만인 4일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역제안’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논의는 다음 회담으로 미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후속 회담에서 험로가 예상된다며 남북한 양측이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속 회담에서는 재발방지 대책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이것은 하루 이틀 만에 합의될 사안이 아닌 만큼 유연한 태도를 갖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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