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갑작스럽게 극심한 사건에 휩싸이게 되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과거 연평도 포격사건이나 최근 밀양 송전탑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실제로 2010년 발생한 연평도 포격 이후 소방방재청은 주민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한 결과 주민 상당수가 가슴떨림·현기증 등과 같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1년 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시행한 조사에서도 주민 대부분이 여전히 고위험군으로 진단받았다. 지난해 인천시 의료원의 검진 결과 역시 주민들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건을 겪은 뒤 발생한다.
예컨대 천재지변·화재·전쟁, 신체적 폭행·고문·성폭행, 인질사건·소아학대, 자동차·비행기·기차 등에 의한 사고 및 그밖의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에 일어난다.
주로 해리현상이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도 있고 환청 등의 지각 이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연관 증상으로는 공격적 성향, 충동 조절장애, 우울증, 알코올 의존,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 기능을 호소하기도 한다.
두통이나 소화불량·수전증 등을 동반하며, 화장실에서 배변을 하는 게 어려워지고 떨어지기 싫어하는 이별 불안과 외부인 공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현실적인 감정 때문에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하며 남용 및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고 자율신경계 장애가 나타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은 사고 당사자가 불안·공포·무력감·환시·악몽 등의 현상이 사건 발생 뒤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확진할 수 있다.
통상 치료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공포·악몽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할 경우 후유증으로 인한 약물 남용이나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료진은 나이가 어리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경우 증세가 더 안 좋아질 수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대개 약물치료와 정신상담을 통해 치료하게 되는데, 약물치료로는 선택적 세로토닌제 흡수억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정신상담은 특정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방식이다. 주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형태다.
조은정 서울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건 발생 직후에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며 "하지만 사건 발생 수십년 후에도 이러한 장애를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외상이 없더라도 가급적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은 정신적 외상 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제춘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며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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