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들도, 고향이 있고 어머니가 있었다. 가족이 늘 가슴에 사무쳤고, 자신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지리산 빨치산. 60년만에 전쟁속 공포와 살기위해 몸부림쳤던 그들의 실상이 공개됐다.
'지리산 빨치산의 참회록 : 어머니, 고향 그리고 조국’은 북한의 빨치산으로 활동하다가 체포된 뒤 포로수용소에서 남한으로 전향한 사람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이시장 김인규)이 정전 60주년 기념으로 펴낸 이 책은 전향 빨치산이 눈물과 회한이 가득하다. 시와 수필, 논설 등 100여편에는 빨치산의 생생한 고백과 참회, 전쟁기록, 포로생활, 전향과정, 공산주의의 허구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향에서 뛰어놀던 친구와 적으로 만나야 했던 한 빨치산은 자신의 운명을 원망했다.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참회의 글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울고/할머니 어머니들이 나의 손을 붙들며 “이것만은 놔주시오” 하고 애원하는 것을/박절하게 뿌리치고 약탈한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이럴 때마다 내 고향의 부모 형제가 그리웠다’(수필, 참회록 2)
'어머니, 고향 그리고 조국'을 단 부제가 암시하듯 빨치산들의 소망은 어서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했고, 자신들의 고백을 통해 공산주의의 허구를 고발해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문집에 글이 실린 빨치산 100여명은 지리산 일대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 광주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전향했다.
편저자 이춘구 KBS기자는 극한 상황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전향 빨치산들의 생생한 체험과 감정을 오롯이 재현해냈다. 원문을 그대로 싣고, 현대문으로 정리해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춘구 KBS 기자는 “우리가 이론적으로 접해온 공산주의의 실상과 당시 빨치산의 모습이 생생한 육성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으로서 가장 극단적인 체험을 한 빨치산들의 참된 고백과 순수한 영혼, 따뜻한 정감, 뜨겁지만 잔잔한 사랑, 빛나는 이성이 어우러져 한국전쟁 최고의 문학작품집으로도 손색없다. 1950년대의 통일되지 못한 어법들이 그대로 살아 있어 문학적 어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남한으로 전향하고 삶의 벼랑끝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글들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분단 조국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달된다. ‘통일이여 어서 오라/사랑하는 너를 위해서는/천 번이고 만 번이고 죽어지려니’(시, 하나의 염원)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은 “정전 60년을 맞은 시점에서 이 책을 통해 빨치산의 체험과 고백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돌이켜보고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400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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