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임영록 회장이 취임식을 갖고 회장직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로써 누가 새 회장에 선임될 것인지를 두고 주목받았던 세 금융지주사 모두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각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지만, 세 회장 모두 같은 금융사를 두고 M&A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이순우, 신속한 우리금융 민영화
이순우 회장 입장에서는 우리금융 계열사들을 신속히 매각하는 게 사실상 유일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신속하면서도 적정한 가격에, 그리고 내·외부적으로 납득이 갈 만한 금융사에 계열사들을 매각하느냐에 따라 이 행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계열사를 △우리은행 △지방은행 △증권 등 총 3개 그룹으로 나눠 분리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중 이 행장과 비슷한 시기에 회장에 취임한 임종룡 회장과 임영록 회장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증권 부문이다.
농협금융과 KB금융 모두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 부문에 속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각각 NH농협증권과 KB투자증권을 증권업계 강자로 만들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조3000억~1조5000억원 수준에서 인수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M&A 시장에는 다음달 초에 나온다. 농협금융과 KB금융 외에 유력한 인수 후보로 현대차그룹 계열의 HMC투자증권과 교보생명 등도 거론되고 있다.
◆임종룡 VS 임영록, 우투증권 경쟁
금융권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이 2파전으로 펼쳐진다면 농협금융과 KB금융 간 경쟁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거대 은행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사가 인수하는 것이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결국 같은 시기에 차기 수장으로 내정됐던 두 임 회장의 경쟁은 우리투자증권을 사이에 두고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임종룡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금융지주사는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캐피탈 등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시너지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농협금융은 은행업이 80%가량을 차지해 이 비중을 낮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영록 회장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직접적으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금융권에선 KB금융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기정사실화돼 있다.
임 회장은 취임식에서 비은행 부문 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KB금융의 모태가 국민은행인데 그룹 사업 비중이 은행 부문에 쏠려 있다"며 "비은행 부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KB금융은 지난해 M&A 시장에서 두 번이나 쓴 맛을 봤기 때문에 올해 자존심 회복이 필요하다. KB금융은 지난해 메가뱅크를 목표로 우리금융 일괄인수를 추진했지만, 중도 포기했다.
보험 부문 강화를 위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도 도전했지만 역시 중도 포기하면서 연말을 허무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다만 우리투자증권과 묶여서 함께 매각되는 우리자산운용 측은 KB금융이 달갑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KB투자증권보다 훨씬 상위권인 반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이 우리자산운용보다 우위에 있다"며 "KB금융이 인수할 경우 우리자산운용 측은 구조조정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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