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지난해 일본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를 둘러싼 대립당시 반일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은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개인의 경솔한 행동을 탓할 뿐 반한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중국인 친구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고 직후 한국 정부와 아시아나 항공사의 빠른 대처에 중국인들이 감동했다.” 중국 항공사에서 기대할 수 없는 신속한 대응이 중국인들의 신뢰감을 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웃 국가인 한국을 믿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우리도 최근 비슷한 일을 당했다. 미국 지역 언론인 KUTV 아시아나 사고 항공기 조종사들의 이름을 섬팅웡, 위투로, 호리퍽, 뱅딩오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원가 잘못됐다’, ‘고도가 너무 낮다’ 등을 중국식 발음에 맞춰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문장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아시아나 항공은 법적 대응에 들어갔고 미주 한인사회는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KUTV에 한국인 조종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준 것으로 알려진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인턴직원이 해고됐다.
생명과 피부색에 등급은 없다. 그러나 한국의 한 앵커는 생명의 존엄을 국적으로 구분 지었다. 미국의 한 방송국도 인종주의라는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두 논란의 원인 제공처 모두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단순한 사과문 발표와 불분명한 인턴의 해고만으로 치유되기엔 상처가 너무 깊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