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부터 이어진 전국적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흑인을 범죄시하고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플로리다주의 정당방위법과 이번 평결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흑인인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최대 인권단체인 전미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모임에서 “국가적 관심을 불러오고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번 사건 등에서 정당방위 법 개념이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의 자신 집 근처 편의점을 다녀오던 17세 흑인 트레이번 마틴 군은 히스패닉계 백인 방범대원 조지 짐머만(30)에게 사살당했다.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된 지머만은 마틴이 먼저 위협을 가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고, 지난주 말 관련 순회법원 배심원단은 지머만에게 무죄를 평결해 전국적인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의 정당방위법은 상대방이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심리적 위협을 근거로 총기 등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유사한 법률이 미국 약 20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제정된 플로리다주의 이 법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광범위한 총기 사용을 허용한 수준으로, 자택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 등 어느 곳에서나 자신을 무기로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미 전국에서 2005년 이후 4년간 흑인을 사살한 백인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된 비율은 무려 34%이지만, 반대로 흑인 피의자가 혜택을 본 비율은 3.3%로 낮았다. 인권단체나 시위대는 인종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이 법안에 문제가 있어 철폐 또는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클랜드나 남부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는 돌, 병 등이 난무하는 시위도 벌어졌고, 경찰도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이번 평결로 인해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 연방 법무부는 이번 사건과 평결을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추가로 짐머만을 기소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