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부실기업 때문에 떠안은 손실을 개인의 수수료를 조정해 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수수료 영업’을 용인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은행권 공동 또는 은행별로 수수료 모범 규준을 만들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 16일 “원가분석을 통해 적정한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은행권은 체계적인 수수료 규정이 없어 주요 시중은행이 책정한 수수료를 다른 은행이 따라 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수수료에 대한 원가분석이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도 수수료에 대한 원가분석 자료가 없다.
그간 일부 은행들은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월임차료와 감가상각비 등 운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나열해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수료가 들쭉날쭉이었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연내 규준을 마련해 올릴 것은 올리고 내릴 것은 내리는 등 수수료체계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검토대상은 은행의 창구 수수료, 은행 마감 후 송금 및 인출 수수료 등이다.
수수료 모범 규준에는 수수료 원가 산정 방식에서부터 산정 절차 등을 세밀하게 담을 예정이다. 수수료 부과 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 또는 소비자단체의 검증 등도 이뤄진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얘기가 많다. 원가 분석 작업을 바탕으로 수수료가 개편되면 자칫 은행에서 제공하던 무료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돼 금융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인상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원가분석을 빌미로 금융사들이 수수료를 부당하게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기업 대출 부실로 인한 은행의 손실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STX사태와 같이 은행의 수익이 반토막 난 배경은 결국 기업 부실로 인한 것인데도 이 문제를 개인 소비자들의 수수료로 보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2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STX그룹의 부실을 꼽는다. 최근 STX팬오션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은행권이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만 해도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어 조 대표는 “수수료 현실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수수료가 수익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손을 대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은행들의 수익악화를 걱정해주는 것은 좋지만, 그간 수수료를 인하 하라는 압박에 따라 구간을 조정하든, 수수료 감면 상품을 내놓든 해서 조정한 상태”라며 “정책의 일관성이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나 기업 컨설팅에도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손 볼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일부 은행에서는 PB고객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PB고객들이 수수료를 얼마나 내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PB고객에까지 수수료를 부여하도록 의무화하면 적잖은 반발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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