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심사제도 고삐 서서히 풀리나

텐좡좡 감독의 푸른연 영화 포스터.

아주경제 조성미 통신원= 최근 중국 국가언론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廣電總局)이 일반소재 영화를 심사할 때 시나리오가 아닌 간단한 줄거리, 즉 시놉시스만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영화심의가 점차 느슨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고 둥팡왕(東方網)이 21일 보도했다.

중국의 영화 심의제도는 매우 엄격해서 과거 상당수의 영화가 정치적 혹은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왔다. 예를 들어 중국의 5세대 거장 감독 톈좡좡(田壯壯)의 1993년작 ‘푸른 연(藍風箏)’은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다뤄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장이머우(張藝謨) 감독도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영화 ‘인생(活着)’을 중국 영화관에 선보이지 못했다. 한편 1991년작 ‘동궁서궁(東宮西宮)’은 동성애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상영금지 처분은 물론 당시 베이징에서 동성애 전면 단속 사건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최근 광전총국이 심의내용을 시놉시스로 대체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어 영화계에서는 당국이 심의의 고삐를 조금씩 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국의 영화 심의과정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우선 제작사 측은 영화제작에 앞서 영화 시나리오 혹은 시놉시스를 광전총국에 제출해 등록신청을 해야한다. 특히 외교·민족·종교· 군사·역사 등의 특수소재의 경우 반드시 시나리오 완성본을 제출하여 관련 부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광전총국은 이후 20일 안에 결과를 통보하고 허가증을 취득한 제작사는 영화제작에 들어간다. 영화가 완성된 후에도 다시 심의를 통과해 영화상영허가증을 발급 받아야만 영화를 시장에 개봉할 수 있다. 통과하지 못한 경우에는 수정 후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