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사진=MBC |
리모콘을 돌리는 손을 멈추게 하고 스마트폰으로 향한 눈을 붙잡기 위해 호기롭게 욕설을 쏟아냈지만 심의는 두려웠는지 '삐 소리' 라는 안전벨트를 헐겁게 둘렀다.
임성한 작가는 욕 잔치의 선두이자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임 작가가 집필한 MBC '오로라공주'에서 오수성(오대규)은 형 오왕성(박영규)과 "'팔자 좋은 X' 시리즈 들어봤냐"며 "어릴 때는 잘 먹고 잘 싸는 X, 10대 때는 얼굴이 예쁘고 공부 잘하는 X, 20대 때는 바람 실컷 피고 시집만 잘 가는 X, 60대 때는 남편이 로또 1등 당첨해놓고 하루 만에 죽어 유산 받는 X”이라며 팔자 좋은 여자에 대해 수다를 떤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수성이 내뱉는 여자를 가리키는 욕설을 지우기 위해 '삐 소리'를 남발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여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굳이 욕설을 쓰며 '삐 소리' 처리를 해서 보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의견이지만 제작진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오로라 공주'의 과도한 비속어 사용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사진=SBS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예외는 아니다. 수목극 전쟁에서 왕좌자리를 꿰찬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욕으로 그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드라마는 첫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간 지 1분여 만에 고등학생의 "아, 저 븅신 새끼가"라는 대사로 슬슬 시동을 걸더니 "자꾸 나대고 X랄이야. X 같은 X" "저 X년 끝까지, 야 이XX야, 뭐라고 XX리는지 면상을 보고 말겠다" 등의 수위 높은 욕설을 쏟아냈다.
제작진은 과도한 욕설에 대해 다큐멘터리나 예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삐 소리'로 무음 처리를 시도했지만 시청자들은 입 모양과 끝소리로 무슨 욕을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방송 언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 언어인 만큼 올바른 언어 사용이 절실하다. '삐 소리'라는 불완전한 여과장치 하나를 면죄부 삼아 심의와 시청률을 모두 잡겠다는 제작진의 '눈 가리고 아웅'식의 꼼수가 불편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