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前 회장, 흥국생명 지분 '계열사 장부가'보다 비싸게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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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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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460억원대 증여세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흥국생명 지분을 계열사인 대한화섬 측 외부 평가액보다도 비싸게 다른 계열사에 판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태광그룹 상품권업체 한국도서보급은 지난 29일 이 전 회장으로부터 비상장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 주식 39만5147주(발행주식대비 2.91%)를 1주에 6만7297원씩 모두 265억9200만원에 매수했다. 이번 거래로 이 전 회장이 보유한 흥국생명 지분은 59.22%에서 56.30%로 줄어들게 됐다.

한국도서보급은 흥국생명 지분을 취득한 목적을 자산운용으로 밝혔다. 투자 차익을 예상하면서 시장성 없는 비상장사 주식을 총수인 이 전 회장으로부터 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서보급의 흥국생명 주식 매입가가 외부 감사기관이 평가한 이 회사 주식 가치보다 무려 24%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나 한국도서보급의 흥국생명 주식 매입의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태광그룹 섬유업체 대한화섬은 올해 1분기 보고서(제출 5월 15일)에서 흥국생명 지분 141만주(10.43%)에 대한 장부가를 1주당 5만4120원씩 모두 767억원으로 계상했다. 한국도서보급이 대한화섬 측 장부가 대비 1주당 1만3177원(24.35%)씩 비싸게 이 전 회장 지분을 사준 것이다.

흥국생명 경쟁사인 다른 생보사 지분가치와 비교해도 한국도서보급 측 인수가는 턱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서보급 매수단가로 계산하면 흥국생명 발행주식 전체에 대한 시가총액은 9140억원을 넘어선다. 이에 비해 생보업계 순위에서 흥국생명(7위)보다 1계단 높은 미래에셋생명(6위)에 대해 모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외부평가를 통해 잡은 시총은 3월 말 현재 약 6500억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도서보급이 흥국생명 주식을 이 전 회장에게 유리한 값으로 사줬는지는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되레 이 전 회장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형 확정시 금융사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에 대비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대한화섬이 흥국생명 지분 장부가를 평가한 것은 2012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한국도서보급은 이번에 새로 주식가치를 평가하게 돼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도서보급을 비롯한 이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를 통해 흥국생명 지분을 우회적으로 보유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 전 회장 및 장남 현준 씨는 한국도서보급 지분을 각각 51%와 49%씩 모두 100% 가지고 있다. 한국도서보급은 2012년치 전체 매출 가운데 40% 이상을 흥국생명을 비롯한 태광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6월 말 이 전 회장이 서울 강남세무서를 비롯한 전국 14개 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약 460억원)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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