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검사는 금융사의 영업행태를 바로잡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ING생명의 경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으로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뒤 한국을 떠난 것과 같은 사례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금감원은 한국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먹튀 차단' ING생명 종합검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종합검사는 다음달까지 20여일간 실시될 예정이다. 현재 ING생명 직원들은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명목상으로는 매각을 앞두고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ING그룹의 '먹튀'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종합검사의 강도는 상당히 높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종합검사에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난다면 매각 가격을 높이기도 힘들고,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며 "ING생명 내부에서도 이번 종합검사의 의미를 먹튀 방지 및 가격 낮추기 등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ING생명 직원들도 외국계 자본의 투기 및 먹튀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이미 ING생명의 매각 가격은 1년 사이 수억원이 떨어진 상황. 지난해에는 3조원에 달했지만 현재 2조원 초반대까지 낮아졌다.
ING생명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직원들도 론스타 같은 외국계 자본의 먹튀 행태가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매각 가격은 회사와 직원들의 자존심이고, 가격이 낮을 경우 직원들에게 돌아갈 '매각 위로금'도 줄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ING그룹은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권을 박탈하고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또 MBK파트너스에 배타적 협상권도 부여했다. MBK 파트너스가 100% 지분 인수를 할 경우 인수금액은 1조8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도 예의주시
금감원은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일부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HSBC은행은 국내 소매금융에서 발을 뺐다. 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 역시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씨티은행,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등도 한국에서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다.
결국 금감원은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철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국계 금융사를 호의적으로 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만나 고액 배당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최 원장의 말 한 마디로 고액의 중간 배당을 실시하려던 SC은행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지난해 SC금융의 배당은 1200억원(배당 성향 32%), 한국씨티금융의 경우 623억원(33.6%)으로 외국계 금융사의 먹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금융당국이 과거에 비해 먹튀 등 외국계 금융사의 문제에 대해 많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들이 금융의 공공성에 입각해 영업하도록 금융당국이 꾸준히 규제하고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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