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차원에서 해양 플랜트 등 특수선 건조 조선소로 사업구조의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선사와의 관계, 조업 인력의 업무 숙련도 등으로 인해 물량 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한때는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이라 불렸던 군산조선소가 현대중공업의 발목만 붙잡는 게 아니라 전라북도 지역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체 수주잔량서 군산 비중 2%대로 급락
6일 관련업계와 전라북도, 글로벌 조선·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5척에 불과하다. 선박의 실제 중량을 나타내는 재화중량톤수(DWT) 기준으로는 49만7000DWT, 이를 건조 선박의 부가가치로 환산한 재화중량톤수(CGT) 기준으로는 15만CGT로 집계됐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9년 7월 말 군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이 29척 624만6000DWT, 101만4000CGT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조업물량은 척수로는 82.7%, DWT 기준으로 85.2%, CGT로는 90.4%나 급감했다.
회사 전체 수주잔량에서 군산조선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7월 당시 척수 기준 7.3%, DWT 11.6%, CGT는 6.7%였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12년 말까지는 대체로 이 비중이 유지돼 왔는데, 조금씩이나마 물량 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수주잔량은 15척 내외로 줄어들더니 2013년에는 아예 한자리 척수대로 떨어져 6월 말에는 비중이 척수 기준 2.9%, DWT 2.9%, CGT 1.8%까지 내려앉았다.
◆28척 건조 능력, 절반도 활용 못해
전북 군장산업단지 내 180만㎡ 부지에 소재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08년 5월 17일 착공해 2010년 3월 31일 준공했다. 약 1조2000억원이 투자돼 25만t급 선박 4척을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130만t급 도크와 1650t짜리 골리앗 크레인 등을 갖추고 있다. 연간 건조능력은 28척에 달한다.
전북도청과 현대중공업은 당시 4200여명에 달했던 군산조선소 채용 인력이 2012년까지 5200여명으로 늘어나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포함해 고용효과는 최대 2만여명, 연간 조선소 매출액은 2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밝지 못하다. 군산조선소의 건조 실적은 2010년 벌크선 8척, 2011년 벌크선 14척, 2012년에는 유조선 6척, 벌크선 5척 등 11척에 그쳤으며 올해도 벌크선 7척, 시추선 1척, 유조선 4척 등 총 12척에 그칠 전망이다. 건조능력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남는 공간에는 울산과 영암에서 건조했지만 선주가 찾아가지 않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직후 주인을 잃은 선박들이 전국 조선소 앞 바다에 널려져 있었던 광경이 군산에서는 지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수주 늘었는데 물량 못 주는 이유는?
울산과 전남 영암(현대삼호조선소), 군산 등 3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영암과 군산 조선소는 자체적으로 영업조직을 두지 않고 본사 영업팀이 따낸 물량을 배정한다. 이때 선주가 삼호중공업이나 군산조선소에서 건조 허락을 받기 위해 건조대금을 깎아주거나 그만큼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황일 때는 이 시스템이 유용했다. 하지만 불황이 닥치자 문제가 드러났다. 선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선주가 현대중공업을 선택한 것은 선박 품질에 대한 신뢰, 특히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됐다는 무형의 프리미엄 때문이다. 돈이 문제라면 중국 업체와 손잡으면 되니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하지 않으면서 현대중공업에 발주할 이유가 없다. 현대중공업도 울산조선소의 조업 물량을 우선적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인 데다가 건조 경험이 적은 군산조선소에서 물량을 넘겨줄 경우 자칫 건조 비용 초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무작정 일감을 줄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전북도 수출 감소액의 4분의 1 차지
군산조선소의 조업물량 감소는 이미 전북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6월 말 현재 전라북도 수출액은 53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6억8600만 달러 대비 13억2600만 달러(19.8%) 줄어들었다. 품목별(MTI코드 3단위 기준)로 4위 수출품목인 선박은 이 기간 3억5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억2900만 달러(47.9%)나 감소했다. 전북의 10대 수출품목 중 감소 비율이나 금액 모두 가장 큰 수치다. 선박 수출은 군산조선소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군산조선소가 전체 전북 수출액 감소분의 4분의 1에 달한다.
군산조선소에만 의지하고 있는 관련 기자재 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김완주 전북 도지사가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으로부터 건조 물량 배정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에 시추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군산 측은 현재로서는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군산조선소는 지난해부터 '감축'을 전제로 한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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