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구역은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경제특구를 말한다. 특히 산업·상업·물류·주거단지가 어우러진 '복합개발' 방식의 국제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해 외국인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데 골자를 두고 있다.
해외자본 및 다국적 기업 유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신(新)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국가 개발사업인 것. 하지만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 경자구역은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논리에 밀려 애물단지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경자구역 도입 10년…나눠먹기식 지정에 '표류'
정부는 지난 2003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권역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황해(당진·평택 등), 대구·경북, 새만금 등 6곳을 경자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올해 동해안(강원)과 충북이 새롭게 추가 지정되면서 국내 경자구역이 8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로써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 권역별로 경자구역이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애당초 취지와 달리 정치적 입김에 따라 지역안배에 충실한 '나눠먹기'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과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 군산은 각각 대선이 있던 다음해인 2003년, 2007년에 지정됐다. 올해 새롭게 지정된 동해안과 충북은 민간평가단에서 이미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 승인됐다.
여기에 전국 8개 구역이 각각의 특화산업을 앞세우면서 지역 간 이기주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각 구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전체 지구 중 53%가 다른 지구의 사업과 중복되는 등 개발 계획에 잡음이 일어났다.
경자구역의 한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량을 모으기도 급급한데 분산되면서 모두가 실패하는 꼴"이라며 "외자유치에 있어서도 지역별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간 외자 유치 6% 불과…8개 구역 중 5개 구역은 외자유치 실적 '全無'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경자구역 총 8개 구역 101개 지구 가운데 개발이 완료됐거나 개발 중인 지구는 53개(총면적 448㎢)에 불과하다.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48개 지구(249㎢)가 미개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개발 지연으로 지난해까지 경자구역이 유치한 외국인 자본은 67억8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 자본의 6%에 그쳤다. 경자구역이 당초 모델로 삼은 싱가포르가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유치한 외국자본 640억 달러와 비교해보면 10분의 1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FDI·신고액 기준) 실적도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을 제외하곤 대부분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지정된 새만금 군산의 경우 지정 5년 만에 간신히 입주기업이 결정됐으나, 무리한 투자협약과 파기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당초 입주기업의 70% 이상을 외국기업으로 채우겠다는 목표와 달리 현재 경자구역 내 입주한 기업의 93%는 국내 기업들로 채워졌다. 황해(당진·평택)구역의 경우 5개 지구 중 경기 포승지구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 사업시행자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임성훈 건국대 교수는 "경자구역의 본래 취지인 외국인 투자 활성화가 정치적, 지역 이기주의에 변질됐다"며 "엄정한 평가를 통해 퇴출하는 식의 과감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경자구역 구조조정 및 규제 완화…개발과 투자유치에 속도 낸다
정부는 이처럼 투자유치·개발진척도가 부진한 경자구역에 대해 과감히 메스를 대기로 했다. '나눠먹기'식으로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이를 위해 경자구역 위원회는 내년 7월까지 회생 기회를 준 뒤 개발이 부진한 지역은 경자구역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매년 이뤄지는 경자구역 개발 진척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지구에 대해서도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는 현재 448㎢에 이르는 경제자유구역 총면적을 300㎢ 이하로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또 정부는 개발이 미비한 8개 경자구역에 2022년까지 총 82조원(국비 20.5%)을 투입해 개발도를 100%로 만들고, 외자유치도 오는 2022년까지 총 2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설립요건 출자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할 방침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요건도 완화하고, 경제자유구역청의 일부 사무를 기초지자체로 이관해 외국인 투자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김성진 산업부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은 "그간 경제특구가 선거철과 맞물려 과도하게 신규 지정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적정한 규모로 줄여 내실을 기하고, 오는 2022년까지 미비한 경자구역에 대한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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