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해법있다> 전문가진단 "하반기 전세난 여전할 것…파격적 정책·조치 있어야"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로 수급균형<br/>주택시장 정상화·공공임대 확대

아주경제 이명철·노경조 기자=전세시장 불안은 장기적인 집값 하락 및 주택매매 기피 현상 심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대책으로는 이 같은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7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접어든 것도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매매시장 침체와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취득세율 인하 및 규제 법안을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임대주택 공급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매시장이 활성화돼 세입자의 일정부분이 구매수요로 전환되는 순환구조가 이뤄져야만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인하, 금융규제 완화 등이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임대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키기 위한 대출이자 소득공제 혜택 확대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멸실주택의 멸실시기 조절과 2~3인 가구 대상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은 "집값 급등기에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는 빨리 풀어서 주택거래를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매물은 늘어나는 임대시장의 월세 전환이 발생하면서 세입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전세형 주택 공급 등도 제시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를 확대하는 등 집주인에게 이점을 주는 대신 과세 사각지대인 월세는 투명한 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며 "월세 중심인 행복주택은 월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전세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를 통한 수급균형을 이뤄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주택시장 정상화와 공공임대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며 "임대시장이 월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전세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의 전세형 비중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규제 완화로 전세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것은 한계"라며 "지연 중인 재개발·재건축의 조속한 추진으로 구도심 지역 신규 공급물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세난 해소와 매매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대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은 최근 민주당을 대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및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과 전·월세 상한제 및 뉴타운 매몰비용 처리를 서로 동의해주는 '빅딜'을 제안했다.

두성규 위원은 "부동산 정책에 당리당략적 이해관계가 포함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과 시장의 불신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 많았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는 지역까지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한제를 역이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지방까지 전세가격 상승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대출 이자를 내는 목돈 안드는 전세의 경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박원갑 위원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게끔 하는 결정적 조치가 부족하다"며 "공급자 우위의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을 위한 재산세·양도소득세 감면 등 파격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 지속될 것

올해 전세시장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수기임에도 수요가 꾸준하고 지난해에 비해 오름폭이 가파르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었다. 하반기에는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본격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난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두 위원은 "주택매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하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이 2000년 이후 최저인 2만9000여 가구여서 전셋값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위원은 "현재 전세시장 불안은 주택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인구 고령화·저금리·저성장 등 요인이 합쳐져 전세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난이 계속돼도 매매전환 수요 증가 등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두 위원은 "서울 전세가율이 6월 기준 57%가 넘었지만 주택 매입에 대한 두려움과 기피가 심각하다"며 "시장 흐름을 관망하는 수요층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부성 소장도 "물가 상승률 이상의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도 없는 이상 전세 수요의 매매시장 유입은 어려워 전세난만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 소장은 "현재 전세가 비율은 크게 높아진 상태"라며 "거시경제 여건이 호전되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매매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