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사업보고서 공시에 첨부하는 정관 내용을 한자로 작성해 한자를 읽지 못하는 주주들의 권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11개 기업이 정관을 한자로 작성했다. 이 가운데 8개 기업은 삼성 계열사였다.
정관을 한자로 작성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및 삼성중공업·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엔지니어링·호텔신라·에스원 등이었다. 이밖에 SK텔레콤·오리온·유한양행 등도 정관을 한자로 작성했다.
문제는 정관을 한자로 작성할 경우 한자를 알지 못하는 주주가 정관 변경 등으로 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상황이 와도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는 정관상에는 목적이나 상호, 본점 소재지 등 기본적으로 회사 설립에 관련된 부분을 명시해야 한다. 주식매수선택권 및 신주인수권, 전환사채 등의 발행 기준을 포함한 회사의 주식 관련 부분도 정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우선주 투자자가 보유 우선주 최저우선배당률 및 무배당시 의결권 부활 여부 등도 정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이 정관에 나오는 회사의 지배구조나 3자배정 규정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주주 권익 변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정관에는 주주에게 부여되는 권한 등이 명시돼 있다”며 “한글로 읽어도 파악하기 어려운 정관이 한자로 써 있다면 주주 입장에선 주주 권한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상장사가 한자로 정관을 표기한다고 해서 법률상 문제가 되진 않는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기준상 공시 서류는 한글 작성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첨부 서류는 제외된다.
윤동인 금감원 기업공시제도팀 팀장은 “정관을 한자로 명시하는 것 자체는 법 위반은 아니다”며 “한자를 읽지 못하는 투자자가 불편을 겪을 순 있겠지만 금감원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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