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위기> 한국기업, 인도발 불똥 위기감 쓰나미 닥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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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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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강규혁 기자=인도·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대수 전문가들은 이번 신흥국의 금융위기 징후가 주변국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지만 현지 진출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불똥이 다른 쪽으로 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엔저와 중국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마저 침체가 가속화되면 성장동력의 비상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 가전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거듭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급락한 인도 루피화로 인한 실적 악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루피화가 평가절하되면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인도가 대체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만큼 인도 현지 동향을 긴급 모니터링 하고 있다.

환차손도 고민거리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가 지속 될 경우 원재료 구입이나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한 환차손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도 현지 생산공장에서 사용하는 한국산 부품들이 환율 하락에 영향을 받으면서 환헤지 문제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등 신흥국의 경기 침체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경기상황에 비교적 덜 민감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휴대폰과 자동차도 신흥시장에서 거둔 최근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1000만대에 달해 중국, 미국 다음으로 세계 3위의 거대 마켓이다. 지난해까지 인도 휴대폰 시장 연 성장률도 163%로 중국(86%), 일본(24%), 미국(19%) 등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갤럭시S3, 갤럭시S4 등 최신 전략폰 등 휴대폰 총 12종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1년말 이곳 공장에 31억5000만 루피(약 602억원)를 투자해 연간 휴대폰 생산 능력을 1200만대에서 3600만~400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리스크'에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루피화 가치 급락과 산업수요 부진으로 수익성과 생산성이 현대차 전체 글로벌 현지법인 가운데 최하위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인도법인(HMI)의 차량 1대당 평균 판매가격(ASP)은 774만원으로 2011년 상반기 대비 7.3% 하락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지난해 인도내 자동차 판매율이 10년만에 처음 감소했지만 올해 초만 해도 인도 시장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낙관하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다.

현대차는 인도에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기지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큰 60만대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이대로면 현재 인도 시장점유율 2위도 장담할 수 없다며 긴급 점검에 나섰다.

철강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흥국 매출 비중이 낮아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오리사주에 일괄제철소 건설에 나서고 있는 포스코는 아직 착공 전이라 현지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다만 원료 구매가 주로 달러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달러화가 강세가 지속 될 경우 구매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환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섬유·패션업계도 인도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금융위기가 인도뿐 아니라 ‘믹트(MIKT,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한국/터키)’의 한 축인 인도네시아와 동남아까지 퍼질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폭을 고려했을 때, 당장의 외환보유액 고갈이나 디폴트, 국제통화기금(IMF)구제 등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정 부분의 자금유출, 성장률 감소, 수입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가격경쟁력 확보 등의 이유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거나, 유통망을 넓힌 업체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섬유·패션업계의 해외진출은 유행병처럼 번져왔다. 특히 최근 2~3년은 인건비와 물가상승률을 감당하기 힘들어 한 주요 업체들도 생산라인을 해외로 넓히는 추세가 계속됐다.

신원은 지난 2011년 인도에 100개의 생산라인을 증설해 자체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고, BYC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4만 평방미터의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을 건립했다. 세아상역도 인도네시아 등지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미얀마 등에도 100여 개의 봉제 및 관련업체가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의 독점수출 계약 체결 등 수출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 업체들의 향후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인도사태로 인해 당장의 철수나 물량 감소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태추이를 지켜봐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인도 등 신흥국 위기는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고 감소 등 펀더멘털이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선진국 자금까지 빠져나가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한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신흥국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기업들에 영향이 있겠지만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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