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또 한 번의 격전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전장은 중국 LTE 스마트폰 시장이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TD-LTE(시분할 롱텀에볼루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세계 최대의 LTE 스마트폰 시장이 될 중국을 잡아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중국 정부의 LTE 스마트폰 인증을 받으면서 한발 앞섰다. 업그레이드 버전의 갤럭시노트2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중국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애플의 사정은 더욱 다급하다. 저가형 아이폰 모델을 출시해 중국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각오다.
◆삼성·애플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중국 정부는 LTE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통신망 구축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올 하반기부터 TD-LTE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위와 3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도 조만간 LT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부 통신사는 차이나모바일이 채택한 TD-LTE 대신 FDD-LTE(주파수 분할 롱텀에볼루션)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LTE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이유다.
올해 중국 LTE 스마트폰 출하량은 2080만대로 글로벌 LTE 스마트폰 시장의 7.7%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LTE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돼 2017년이 되면 9150만대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3%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LTE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중국 현지 업체들까지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9.4%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에 소비자 수요를 감안한 다양한 라인업까지 더해져 시장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레노버와 쿨패드는 나란히 12.3%의 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화웨이와 ZTE 등도 1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들에 둘러싸여 고전분투하고 있는 모양새다.
애플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 2분기 애플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4.3%로 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세인 중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 시리즈 판매만 고집한 탓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해야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발 앞선 삼성, 애플 맹추격 예상
전문가들은 중국 LTE 스마트폰 시장 형성 단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그동안 글로벌 LTE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 왔던 만큼 충분한 노하우가 축적된 반면 중국 업체들은 고성능 LTE 스마트폰을 제대로 공급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기 전략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로부터 LTE 스마트폰 출시 승인을 받으면서 경쟁사를 제치고 먼저 치고 나왔다. 이미 차이나모바일과 스마트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선보일 첫 LTE 스마트폰은 갤럭시노트2로, 중국 출시를 위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을 기존 1.6GHz 쿼드코어에서 1.9GHz 쿼드코어로 향상시켰다. TD-LTE와 FDD-LTE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모드 단말기라는 것도 강점이다.
애플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했던 전략을 수정해 중국에서 보급형 아이폰인 아이폰5C를 출시키로 했다. 아이폰5C는 기존 아이폰에 사용됐던 산화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 제조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LTE 서비스도 지원 가능하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조만간 차이나모바일과 아이폰5C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TE 등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경우 검증된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으로 압축된 상황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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