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 STX그룹 계열사 감사에 STX 실사까지…“이해상충 소지있다”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STX그룹 계열사 감사인으로 지정된 삼일회계법인이 지주회사인 STX 실사를 맡은데 대해 업계에선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과 STX엔진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STX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STX 실사 업무를 위탁받아 지난 19일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인회계사법 21조는 회계법인 한 곳이 같은 기업의 감사와 실사를 동시에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일 회계법인이 두 역할을 모두 맡게 되면 감사와 실사 결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상충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 한 곳이 실사와 감사를 모두 맡으면 실사를 잘못해도 감사 과정에서 이를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실사와 감사 보수를 모두 받는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감사 편의를 봐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STX 감사인은 삼정회계법인이기 때문에 삼일회계법인이 STX 실사를 맡은 것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

문제는 STX가 지주회사로서 STX엔진과 STX중공업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실사와 감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STX는 지난 3월 말 기준 STX엔진과 STX중공업 지분을 각각 33.55%, 17.07%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인회계법상 실사 기준은 개별회사 단위기 때문에 지주회사와 종속회사는 각각 하나의 회사로, 삼일회계법인의 STX 실사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내 종속회사 주식을 평가하려면 종속회사를 평가해야하기 때문에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해상충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서 4대 회계법인(삼일·안진·삼정·한영회계법인) 이외에 STX와 같은 대기업의 감사나 실사를 맡을 만한 회계법인이 부족해 이들 4개사에 업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4대 회계법인의 상장법인 외부감사 시장 점유율은 약 75%로 나타났다.

한편, STX중공업, STX엔진, STX팬오션, STX조선해양의 실사는 한영과 안진회계법인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