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 불공정 거래 수년째 이어져…공정위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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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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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조사 착수에도 물량 몰아주기 지속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한성자동차에게 입찰 경쟁 없이 배정한 것으로 알려진 서초전시장의 내부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4월부터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도 수년째 특정 딜러사에게 물량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출시된 더 뉴 E클래스는 사전 계약 대수만 2000대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한성차를 제외한 다른 딜러사들은 물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츠코리아가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벤츠코리아 딜러사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차량을 배당할 때 한성차에 신차와 인기 모델을 많이 주고, 다른 딜러사에게 비인기 모델을 할당하는 식으로 차별해 왔다”고 밝혔다.

벤츠코리아와 한성차의 물량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성차가 국내에서 독과점 영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벤츠코리아는 딜러사 간의 공정한 판매 경쟁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말레이시아 레이싱홍 그룹이 설립한 한성차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지분 49%를 지닌 2대 주주이자 판매량과 매출이 가장 높은 최대 딜러사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다른 딜러사들은 벤츠코리아가 한성차를 편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레이싱홍 그룹은 지난 1985년 한성차를 통해 벤츠의 수입사 겸 딜러사를 설립하고 벤츠 본사가 국내 법인을 세울 때부터 최대 주주로서 기득권을 확보했다. 이처럼 특수한 관계를 지닌 두 회사 간의 보이지 않는 불공정 거래는 수차례 언론을 통해 지적됐고 최근에는 공정위까지 나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수입사와 딜러사 간 일방적 거래 관행은 물론 수입사의 일부 딜러사에 대한 부당지원, 수입사의 계열 금융사 이용 강제 관행 등의 혐의를 놓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공정위 제조업 감시과 관계자는 “규정상 조사 진행 상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공식적인 브리핑을 통해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새로운 수장을 맡은 브리타 제에거(44세·여) 신임 대표도 한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지난 3월부터 벤츠코리아의 새로운 수장을 맡은 브리타 제에거(44세·여) 신임 대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성차가 대주주의 지위를 바탕으로 벤츠코리아의 경영권까지 행사하면서 자사의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내부 정책에 깊이 관여해 왔기 때문이다.

한성차가 딜러사 이상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과거 벤츠코리아 대표들과도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수년간 벤츠코리아를 이끌었던 외국인 대표들은 한성차의 지배력 확대와 딜러사 간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다 부당한 해임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03년부터 벤츠코리아를 이끈 이보 마울 전 대표는 이와 관련된 문제로 지난 2007년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후임인 하랄트 베렌트 전 대표도 한성차와 불공정 거래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해임됐다. 이후 벤츠 본사 내 실세로 통했던 토마스 우르바흐 전 대표 역시 임기 내 한성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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