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의 금융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역민심 달래기'가 예상보다 큰 난제로 또오르고 있다. 금융정책 하나 하나가 특정 지역의 경제발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정책의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특유의 결속력도 간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각 지역의 정치권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데 정부와 지역사회 간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의 주요 금융정책인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관련 지역의 시민, 정치권, 금융회사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 백지화…부산 달래기 '진땀'
정책금융체계 개편에서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자 부산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기 때문에 부산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 없이 크다.
하지만 통상 마찰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백지화됐다. 그대신 정부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 금융부서 100여명을 부산으로 옮겨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안이 부산 민심을 달래진 못했다. 결국 금융위원회가 지역주민 간담회와 공청회 개최를 통해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간담회와 공청회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금융위는 오는 11일 부산지역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이어 16일 선박금융 지원강화 방안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간담회를 통해 금융위는 선박금융공사가 수출지원에 해당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될 우려가 높아 별도 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산을 선박·해양 관련 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하지만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융위가 주최하는 토론회를 반대하며,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산시 역시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금융위에 공청회 연기를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폐기된 상태에서 공청회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는 금융당국의 생색내기에 응하지 않겠다는 부산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경남·광주은행 매각 방향에 '뿔난' 지역민심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 작업도 지역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남은행에 눈독을 들였던 대표적인 회사는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이다. JB금융지주는 광주은행에 욕심을 내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지방영업 강화를 위해 경남은행 및 광주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방은행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상남도와 BS금융 간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홍준표 경남지사 측은 "성세환 BS금융 회장이 경남은행 인수에 참여하지 않고, 경남지역에서 자본참여 요청이 있을 경우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BS금융 계열사인 부산은행 측은 "지금까지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고, 홍 지사 측이 내용을 잘못 전달했다"고 반박하면서, 양측 간 미묘한 신경전이 흐르고 있다.
광주은행 매각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많다. 광주은행 노동조합을 비롯한 지역 경제계와 정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광주은행을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최고가 매각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은행 출신이 아닌 김장학 우리금융 부사장이 은행장에 선임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 작업이 진행될수록 지역사회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역민심이 싸늘하다 하더라도 결국 정부의 계획과 입장대로 정책이 추진되지 않겠냐"며 "하지만 정부가 조금이나마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지역사회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민심을 달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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