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을 탐하는 추석맞이 전통주 순례>과학으로 발전시킨 건강한 전통주, 영주 소백산 오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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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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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오정주 소줏고리에서 술방울이 떨어진다-한국관광공사 제공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경북 영주시 고현동 귀내마을은 반남 박씨 집성촌이다. 소나무 빼곡한 산줄기가 두 팔을 벌려 마을을 감싸 안은 듯한 터에 처음 자리 잡은 것은 480여 년 전이라 한다. 마을에는 소고 박승임을 기리는 소고 사당과 그의 손자 박회무의 호를 당호로 건 정자 육우당이 있다.

청백리로 이름난 선조를 둔 마을이니 학문에 정진하는 선비도 많았을 것이다. 말을 타고 지나는 사람들이 선비의 글 읽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말에서 내려 조용히 지나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마을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선비들의 술이 있다. 노란빛이 아름다운 ‘오정주’다. 오정주의 역사는 옛 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 오정주를 기록한 대표적인 문헌은 1500년대에 쓰인 《수운잡방》, 1600년대 중반에 쓰인 《요록》, 1800년대 초반에 쓰인 《임원십육지》다. 그중 《요록》에 기록된 오정주의 효능은 마치 만병통치약을 보는 듯하다.

“오정주를 마시면 기가 허한 것을 채워주고, 백발이 검어지며, 수명이 늘고, 빠진 이도 새로 난다.”

이는 오정주에 들어가는 재료의 효능과 같다. 솔잎, 구기자, 천문동, 백출, 황정 등이 몸의 기운을 북돋는 데 사용되는 한약재로, 노란 술 빛깔도 이들 한약재에서 우러나온다. 다양한 고문헌에서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오정주는 당시 대중화된 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정주도 다른 가양주처럼 일제강점기와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하던 1960~1970년대를 지나면서 명맥이 끊길 위기를 맞았다.

24도의 순한 오정주는 차게 마셔야 제맛이다-한국관광공사 제공


오정주의 맥을 이은 사람은 현재 ‘소백산 오정주’를 운영하는 박찬정 대표다. 20년 전, 어머니에게 오정주 빚는 법을 배운 것. 어머니는 이 술을 다섯 오(五), 신선 선(仙)자를 써서 ‘오선주’라 불렀다. 어머니가 빚은 오정주는 청주로 향기롭고 그윽했다.

이 술을 빚기 위해 박찬정 대표는 계량화 작업을 했다. 김치 담듯 쉽게 하던 어머니의 술 빚기를 수치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계량화한 수치대로 빚어도 어머니의 맛을 내지 못했다. 고민 끝에 과학이 접목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를 시작했다.

직접 누룩을 띄워 사용하기 위해 발효공학을 공부하고 한약재의 황금비를 찾기 위한 과학적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정주에 대한 기록이 담긴 고문헌을 찾아 읽으며 술 빚는 방법을 고증하고, 요리법이 적힌 고서를 찾아 당시 술 빚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금의 오정주가 탄생했다.

박찬정 대표가 완성한 오정주는 어머니의 청주와 다른 소주다. 보관과 유통을 위해 알코올 도수 24도와 35도의 소주로 빚는다. 하지만 부드럽고 향기로운 청주의 성질은 그대로 옮겨 담았다.

청주처럼 입안에 착 감기는 식감과 잔에 진액 줄이 생길 만큼 점도도 유지한다. 이는 오정주의 재료가 딱딱한 나무뿌리가 아닌 고구마와 같이 몰랑몰랑한 것들이어서 가능하다고. 직접 띄운 누룩 100%로 빚은 청주 오정주를 증류해 소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만의 기술이 발휘되기도 한다. 무리한 추출을 하지 않는 것도 그의 원칙이다. 덕분에 ‘숙취 없는 술’ ‘빨리 취하고 빨리 깨는 술’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오정주는 영주를 대표하는 음식인 인삼갈비, 삼계탕 등과 잘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박찬정 대표는 건강을 돕는 약술 오정주를 반주로 올려도 좋은 술이라 권한다. 추석 차례상에 오른 음식을 안주 삼아 오정주 한잔으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보자.

인삼과 더불어 가을의 영주를 대표하는 특산품은 사과다. 영주의 대표 관광지 소수서원과 부석사 주위에도 사과 과수원이 많다. 관광지를 찾아가는 길 어디에서나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자마저 행복하게 하는 가을의 풍성함이다.

여행의 고단함도 풀고 영주사과의 달콤한 맛이 가미된 애플파이의 아삭한 맛을 볼 수 있는 쉼터가 있다. 부석사 가는 길에 자리한 ‘애플빈커피’다. 카페 안주인의 부모님이 농사지은 사과로 파이를 굽고, 사과차와 잼, 말린 사과 칩을 만들어 내는 작은 공간이다.

영주 시내를 지나는 서천 변에 영주의 보물이 있다.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보물 221호)이다. 산자락 한쪽의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이 마애불은 통일신라 조각 기법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마애불 아래쪽에는 청동기시대의 도구로 바위를 쪼아 그림을 그린 영주가흥리암각화(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48호)가 있다. 모두 대로변에 있어 찾아보기 쉽다.

영주에 오정주를 빚는 귀내마을과 더불어 반남 박씨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하나 더 있다. 외나무다리로 잘 알려진 무섬마을이다. 지난 8월, 중요민속문화재 278호로 지정된 이 마을에는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가 함께 산다. 해우당고택(경상북도 민속문화재 92호), 만죽재고택(경상북도 민속문화재 93호) 등 영주를 대표하는 한옥도 살펴볼 수 있다.

영주 선비촌에서는 추석연휴 특별공연 및 다채로운 민속놀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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