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도 외면한 동양그룹, 회생 방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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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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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시각 "주주 저항 탓…배임 가능성도 무시 못해"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이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뻗은 구원의 손길에 ‘형제그룹’인 오리온그룹과 채권단이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동양그룹은 오리온 그룹의 지원방안 외에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다음달에 상환해야 하는 채권만 4300억원에 달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23일 오리온 그룹은 공식 입장발표를 통해 “해외 투자자와 주요 주주로부터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며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양그룹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동양그룹은 “현재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양그룹은 앞서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오리온 보유지분을 담보로 5000억~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이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동생이자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이다.

지난 2001년 계열 분리된 동양그룹과 오리온 그룹은 현재 두 사람의 남편인 현재현 회장과 담철곤 회장이 각각 나눠 맡고 있다.

◆ 오리온, 형제 동양 SOS 거절한 이유는?

계열 분리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형제그룹’인 동양그룹의 구조요청을 거부한 것은 담 회장의 결정과 함께 다른 지배주주들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5~20%에 달하는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내 놓을 경우, 자칫하면 그룹 전체의 경영권마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담 회장은 이날 공식 입장발표에 앞서 본사에서 동양그룹 지원여부 문제를 놓고 내부에서 처음으로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담 회장이 현 회장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동양그룹을 돕는쪽으로 마음을 정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날 이번 사안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주주들의 저항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오리온에서 동양그룹을 도와 준 뒤 오리온의 상황까지 어려워 진다면 배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안갯속 동양그룹, 앞날은?

‘마지막 승부수’였던 오리온의 자금지원 방안이 무산되면서 동양그룹은 당장 막아야 할 기업어음(CP)이 가장 큰 숙제가 됐다.

동양그룹은 현재 5개 계열사에서 총 1조10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으며 이 중 7300억원을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한다. 여기서 4278억원은 당장 다음달 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동양그룹은 우선 오는 26~27일에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금액을 혼자 힘으로 채워 넣어야 할 입장이다.

여기에 오는 10월부터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시행으로 계열사인 동양증권에서 그룹의 CP를 매매할 수 없어 상황은 더 어려워 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채권단과 정부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이어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CP의 판매 운용 실태를 집중점검하기 위한 특별점검을 실시 중이다.

채권단 역시 기대를 걸었던 오리온 측이 지원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적지않은 지원금액에 채권단도 난색을 보이며 사실상 추가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에 추가 자금을 지원해 회사채와 차환발행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1조1000억원의 CP외에 채권단으로부터 9000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당장 돌아오는 CP를 막을 수 있느냐가 동양그룹 회생의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라며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동양그룹 전체의 운명이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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