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그래비티' 스틸컷] |
휴머니즘은 사회와 국가 조직 및 학문과 문화가 성립돼 있던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고 백과사전은 밝히고 있다. 예컨대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속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찾기 위해 가수가 이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일이나 홍길동이 호형호제(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는 일)를 허락해달라고 하는 고전도 휴머니즘이다.
영화 '그래비티'는 지구로부터 600㎞, 국가 조직이나 학문이나 문화도 아닌, 심지어 소리나 산소도 없는 곳에서 인간성을 찾으려는 작품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성은 자유나 이성이 아닌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지극히 원초적인 부분이다. 산소로 호흡하며 두 발로 걷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는 것.
임무 전문가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 의료 공학 박사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스캔 시스템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 왕복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지구로 귀한하기 하루를 남긴 상황이었다. 우주생활로 지친 라이언 스톤은 임무 수행 중 볼트를 놓치는 등 자잘한 실수를 연발한다. 심동박수마저 빨라져 지구의 우주 비행 관제 센터 '휴스턴'(목소리 역, 에드 해리스)으로부터 침착하라는 얘기를 연신 듣는다.
이에 반해 우주에서 유영할 수 있는 추진체로 왕복선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는 임무 지휘관 맷 코왈스키는 긍정의 결정판이다. 휴스턴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한 스톤 박사의 임무를 도와준다.
[사진=영화 '그래비티' 스틸컷] |
폭파된 위성이 다른 위성들과 충돌하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고 그들의 작업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 여기에 휴스턴과 왕복선의 통신을 이어주던 위성마저 파괴되고 우주 비행선은 파편을 맞는다.
설상가상 우주선과 연결된 줄이 끊어진 스톤 박사는 끝없이 360도 상하로 돌며 어두운 우주로 날아간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극한의 상황에 빠진 인간의 심경을 '호흡'과 '무호흡'으로 표현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에 직면한 스톤 박스는 "태양과 지구를 이용해 현재 위치를 알려달라"는 코왈스키의 말에 "나도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점점 우주선과 멀어진 스톤 박사는 오히려 호흡을 천천히 하다 무호흡 상태로 움직임을 멈춘다. 이때 카메라는 우주인들의 헬멧 안으로 들어가 스톤 박사의 얼굴에 초접근한다. 순간 다시 호흡을 시작한 스톤 박사의 생생했던 숨소리는 카메라가 다시 거리를 두면서 둔탁하게 바뀐다.
빙글빙글 도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 스톤 박사는 지휘관 코왈스키에게 구조되고 우주선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우주 왕복선 STS-157의 유일한 생존자는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 뿐.
두 사람은 위성들의 잔해가 돌아오기 전까지 인근 인공위성에 붙어 있는 소유즈 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기로 결정한다.
영화는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은 산소가 가득한 소유즈 호 속의 스톤 박사와 각종 케이블, 원형의 유리창이란 미장센을 이용해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표현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좌절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휴머니즘을 표현한 그래비티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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