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이동제를 통해 펀드 가입자의 판매사 변경 건수는 10월들어 지난 22일까지 3988건으로 지난 2010년 3월 5706건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1867건까지 합치면 동양사태 이후 약 6000건에 육박한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월평균 이동 건수가 503건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하면 이달에만 약 8배에 달한다.
2010년 1월 말부터 시행된 펀드이동제는 펀드 투자자들을 증권, 은행, 보험사 등으로 판매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그러나 펀드이동제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다. 펀드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펀드 이동을 한 투자자들이 옮긴 판매사로부터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일 펀드라도 판매사 내규에 따라 이동이 제한된 것도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펀드 판매사 이동 건수가 급격하게 늘은 이유에 대해 업계는 동양사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9월23일 금융감독원의 동양증권 특별검사 실시를 시작으로 10월 초 동양그룹 5개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동양증권의 기업어음 및 회사채 불완전 판매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며 투자자들이 느끼는 동양증권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양사태 이후 동양증권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했다. 동양증권 CMA 잔고는 지난 6월 말 7조6000억원에서 9월 말 3조2000억원으로 절반 넘게 급감했다.
이로 인해 펀드시장에서 증권업계 판도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동양증권이 개인고객 펀드 판매 부문에서 업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왔으나 이번 사태로 투자자 이동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양사태 이후 고객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회사의 신용위험도가 됐다”며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와 같이 대형사로 펀드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펀드이동제를 이용해 발빠르게 고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펀드를 이동해 오는 방법안내’란 공지문을 홈페이지에 개시했다. 삼성증권이 펀드이동제에 대한 안내문을 게시하기는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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