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쾌보 해프닝, 무색해진 언론자유 깃발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언론자유를 내세우며 필화사건으로 번져갈 조짐을 보였던 신쾌보(新快報)사건이 허무하게 일단락됐다.

 

구속기자 석방을 외치던 중국 광둥성의 유력 신문 신쾌보는 27일자 신문지면에서 해당기자의 금품수수 사실 등을 거론하며 공식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 신문사 소속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천융저우(陳永洲·27)는 국영 건설장비업체인 중롄중커(中聯重科)에 재무비리가 있다는 폭로기사를 연속 게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 기자가 '기업 이미지 실추죄'혐의로 최근 구속됐고, 신쾌보는 이에 대해 지난 23∼24일 이틀 연속 1면 지면을 통해 "사람을 풀어줘라"는 항의성 글을 게재했다. 올해 초 당국의 검열에 파업으로 맞섰던 광둥성의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사태가 재연되는 분위기였다. 이 때만 하더라도 용기있는 기자가 대형 국영기업과 공안부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절대적이었다.  현지 기자들은 동요했고, 중국의 낮은 언론자유도가 다시금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조사결과 해당 기자가 제 3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고의로 중롄중커에 대한 비방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쾌보는 이날 1면 좌측 하단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공안의 초동수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리 신문사 소속 기자 천융저우는 뇌물을 받고 그 사람의 지시를 받아 허위보도를 해 '중국신문기자 직업도덕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했다. 신문사는 기사원고를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사건 발생 후 신문은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매체 공신력을 엄중하게 훼손했고 교훈이 깊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남은 문제를 진지하게 정리개혁하고, 취재편집과 출판과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며, 취재편집자들에 대해 사실을 존중하고 법률을 준수하고 신문기자의 직업도덕과 행위규범을 따를 것을 엄격히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쾌보는 이날 6면 상단에서도 천 기자가 중롄중커에 대해 보도한 기사내용과 이로 인한 기업 손실액, 기자가 보도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수천위안∼수만위안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상세히 적시했다. 천 기자는 자백을 통해 "현재 언론매체들에 대해 말한다면 (금품을 받고 보도하는 사례는) 나한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언론업계가 마땅히 이것을 경계 삼아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언론자유 논쟁을 예고했던 신쾌보 사태는 오히려 언론의 부패 문제로 그 성격이 전환됐다.

 

한편 신쾌보는 1면 전체를 할애해 항의했던 지난 23일과 달리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FC서울가 무승부를 이룬 내용을 1면 톱기사를 장식하고 사과문은 구석에 작은 크기로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