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저조한 청약 1순위, 감추니까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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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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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이지더원 약발 떨어진 거 좋아하네, 좀 알아보고 기사 쓰세요 기자님."

얼마 전 EG건설의 '세종시 이지더원' 2차 1·2순위 청약 기사를 쓰고 나서 당일 저녁 의문의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당시 기자는 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0.13대 1에 그쳤다며 인기를 끌던 세종시가 공급 과잉 등으로 약발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이에 대해 "좀 알아보고 쓰라"는 것이다.

지금 세종시는 일부 단지의 프리미엄이 억 단위까지 형성됐지만, 건설사 공급이 몰리며 슬슬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초기 프리미엄이 붙던 세종시 첫 마을도 최근 가격이 떨어진 채 거래되는 형편이다. 무엇을 알아보고 쓰라는 말인지 묻고 싶지만 얼마든지 생성 가능한 구글 계정의 메일주소 말고는 다른 연락처를 찾을 수 없었다.

보통 문의 또는 항의 메일을 받으면 기자의 설명을 듣기 위해 소속이나 연락처를 알리고 답변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받은 메일은 구글 계정의 발신자만 있을 뿐 다른 어떠한 소속이나 연락처를 밝히지 않았다.

최근 청약 결과를 쓰고 나면 이런 메일이 아니더라도 분양업체 관계자들의 연락이 많이 온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요점은 하나다. "경기도 안 좋은데 굳이 왜 1·2순위 청약 결과를 써서 악영향을 주느냐"는 것이다.

최근 분양시장은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는 3순위에 청약자들이 몰린다.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어 허수가 많고 경쟁률은 높아진다.

역설적으로 실수요자로 분류되는 1·2순위 청약 결과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결과를 쓰는 것은 독자의 알 권리 충족이자 기자의 의무다.

저조한 1·2순위 결과는 슬그머니 감춘 채 허수로 가득 찬 3순위 결과만 갖고 청약 흥행이라며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은 기만이며 수요자를 호도하는 것이다. 이런 업체에는 차라리 '깜깜이 분양'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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